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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배경과 맥락, 꿈과 사랑, 결말 해석)

<라라랜드, 영화리뷰, 뮤지컬영화, 꿈, 로맨스, 데이미언채즐, 결말해석>
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 중 어느 쪽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망설임 없이 "슬픈 결말"이라고 답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네 번, 다섯 번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라라랜드는 사랑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겪어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품은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미아는 유명 배우들이 드나드는 커피숍에서 일하며 오디션을 쫓아다니는 지망생입니다.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바를 열겠다는 꿈 하나로 버티는 가난한 피아니스트입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로맨틱하기는커녕 어깨가 부딪히는 악연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제게는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은 대개 여유가 없고, 타인을 돌아볼 틈도 없으니까요.

영화는 이 두 사람을 뮤지컬 영화 특유의 형식인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로 연결합니다. 여기서 뮤지컬 넘버란 극 중 인물이 일상적인 대사 대신 노래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말합니다. 보랏빛 야경 아래서 두 사람이 춤을 추고 별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일부러 흐려놓은 연출입니다. 데이미언 채즐 감독이 이 영화에서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의 미장센(Mise-en-scène)을 의도적으로 차용했다는 점은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배우의 위치, 세트 디자인 등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연출자가 배치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솔직히 이 시각적 연출의 의도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예쁘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이 빨리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두 번째로 보면서야 "아, 이 장면들이 전부 현실이 아닌 두 사람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라라랜드가 개봉한 2016년은 할리우드 뮤지컬 장르가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은 직후였습니다. 당시 영화 산업 분석에 따르면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었으며, 이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출처: 아카데미 오브 모션 픽처 아츠 앤드 사이언스).

꿈과 사랑이 충돌하는 지점

연인이 된 이후부터가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바스찬은 재즈를 사랑하지만, 미아를 위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팝 밴드에 합류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헌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 모두를 갉아먹는 선택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현실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선택이 결국 관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역설.

영화는 이 균열을 서사 구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드라마틱 아이러니(Dramatic Irony)로 설계합니다. 드라마틱 아이러니란 관객은 상황의 전모를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은 모르는 채로 행동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관객은 세바스찬이 미아를 위해 선택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지만, 미아는 그것을 배신처럼 느낍니다. 그 어긋남이 두 사람의 다툼을 더 가슴 아프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 영화에서 꿈과 사랑의 갈등을 보여주는 핵심 장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바스찬이 재즈를 포기하고 팝 밴드에 합류하는 장면: 사랑을 위한 타협이 꿈의 포기로 이어지는 순간
  • 미아의 1인 연극이 실패로 끝나는 장면: 현실의 냉혹함이 꿈을 잠식하는 순간
  • 두 사람이 말다툼 끝에 헤어지는 장면: 서로를 위한 선택이 서로를 상처 입히는 순간
  • 미아가 오디션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

미아가 오디션 현장에서 부르는 이 장면은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관점에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캐릭터 아크란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거치며 내면적으로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미아는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지망생에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예술가로 변모합니다. 그 변화를 끌어낸 것이 세바스찬과의 사랑이었다는 점에서, 이 관계는 실패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시킨 관계였다고 저는 봅니다.

연구에 따르면, 예술계 종사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소진(Burnout)은 일반 직군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며, 이는 외적 보상의 불확실성과 내적 동기 사이의 지속적인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라라랜드가 공감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꿈을 좇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세바스찬이나 미아의 자리에 서본 적이 있을 테니까요.

새드 엔딩인가, 해피 엔딩인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아는 유명 배우가 되어 있고, 세바스찬은 자신의 이름을 건 재즈바를 운영합니다. 두 사람은 각자 꿈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함께는 아닙니다. 미아에게는 새 가족이 생겼고, 세바스찬의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두 사람은 말 없이 과거를 상상합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미소로 작별을 나눕니다.

저는 이 결말이 슬프지도 행복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인생에는 그런 관계들이 있습니다. 함께하지 못했지만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인연.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들. 이 영화는 그 감정을 건드립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이유도 그것 같습니다. 볼 때마다 제 삶의 다른 장면이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였고, 두 번째에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처럼 읽혔고, 세 번째부터는 꿈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했던 제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는 것, 볼수록 더 확실해집니다.

총  평

이 영화는 댄스 타임도 좋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미장센이 일품입니다.
OST역시 너무 좋았고 언제 부턴가 잊혀져 가는 째즈에 대해 한번더 빠져들게 되는것 같습니다.
라라랜드는 저의 장르적 취향에 안맞아서 별 기대 없이 보게된 영화인데요. 내용과 상관없이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적인 요소가 어색해서 저는 잘 안보는 장르인데 이영화는 보면서 점점 빠져들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꿈을 쫒는 사람들이 격는 현실속의 이야기와 갈등에 몰입하게 되고 서로 응원하는 두사람의 성공과 현실이 애잔한 엔딩과 함께 여운을 남겼습니다. 꿈과 반대인 현실을 마치 꿈결속 장면들 처럼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라랜드를 아직 한 번밖에 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더 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번에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무엇을 남겼는지에 집중해 보시면 전혀 다른 영화가 보일 것입니다.
이영화는 한번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번이상 영화를 봐야 두사람의 인생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과 너무나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스쳐가는 모든 인연들, 우리에게는 기억 못할 사람들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들이 가슴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D0dBZNDHj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