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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 (줄거리, 명장면, 음악)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인 영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동화 같은 가족 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꽤 오래 그 여운이 남았습니다. 음악이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다시 음악을 부르는 구조로 이야기 전체가 움직이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입니다.
줄거리 — 세 사람이 음악으로 연결되는 이야기
영화는 크게 세 인물의 시선을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 에반, 첼리스트 라일라, 그리고 록 밴드 보컬 루이스. 이 셋이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초반부터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에반은 음악을 통해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제게는 유난히 인상적이었는데, 어린아이의 순수한 논리이지만 동시에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거든요. 라일라와 루이스는 11년 전 우연한 파티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이별을 맞이합니다. 라일라는 아버지의 반대로 루이스를 외면했고, 그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루이스는 알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란 이야기가 시간과 인과관계에 따라 배열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어거스트 러쉬는 선형적인 구조가 아니라 세 인물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주며 감정선을 쌓아갑니다. 덕분에 개연성보다는 감정의 흐름이 먼저 와닿는데, 저는 이 방식이 오히려 이 영화의 음악적 성격과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현실적인 서사를 기대하고 본다면 불만이 생길 수 있지만, 음악적 판타지로 받아들이면 꽤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에반은 뉴욕 거리에서 위저드라는 인물을 만나 '어거스트 러쉬'라는 이름을 얻고 버스킹을 하다 교회에 숨어들어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합니다. 그 장면이 계기가 되어 줄리어드에 입학하고, 결국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자신의 랩소디를 지휘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명장면 — 대사 없이도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인물의 감정이 대사가 아닌 연주 장면으로 표현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두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첫 번째는 루이스가 라일라에게 'Moon Dance'를 불러주는 장면입니다. 루이스 역을 맡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실제로 이 곡을 포함한 OST 두 곡을 단 하루 만에 녹음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장면을 다시 봤는데,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감성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다 싶었습니다. 목소리 자체에 감정이 실려 있어서, 가사의 뜻을 몰라도 분위기가 먼저 전달됩니다.
두 번째는 루이스와 어거스트가 거리에서 즉흥 연주(Improvisation)를 함께 하는 장면입니다. 즉흥 연주란 사전에 악보나 편곡 없이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교감하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저는 이 장면이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혈연보다 음악이 먼저 이들을 연결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니까요.
거리에서 기타를 처음 다루는 장면이나 마지막 공연 시퀀스도 서사의 개연성보다 감정의 고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부분이 다소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매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음악 — 영화를 살아있게 만드는 사운드트랙
이 영화를 음악 영화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운드트랙(Soundtrack)이란 단순히 배경에 흐르는 음악이 아니라 장면의 감정과 서사를 직접 전달하는 음악 트랙 전체를 말합니다. 어거스트 러쉬의 사운드트랙은 마크 맨시나와 한스 짐머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마크 맨시나는 타잔의 음악을 담당했고, 한스 짐머는 라이온 킹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이 둘의 조합이 영화의 감성적 밀도를 상당히 높여줍니다.
저도 사운드트랙을 따로 찾아 들을 정도로 인상이 강했는데, 영상 없이 음악만 들어도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이건 꽤 드문 경험입니다.
배우들의 실제 음악 준비 과정도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에서 음악적으로 주목할 만한 배우별 준비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프레디 하이모어(에반/어거스트 역): 오르간, 기타, 지휘를 각각 다른 선생님 3명에게 직접 배우며 촬영에 임했습니다.
- 케리 러셀(라일라 역): 첼로를 배우느라 상당히 고생했으며, 실제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장면을 찍고 깊이 감격했다고 전해집니다.
-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루이스 역): 주인공 중 유일하게 실제로 음악을 할 수 있는 배우로, OST 두 곡을 하루 만에 녹음했습니다.
케리 러셀의 연주는 실제가 아니지만, 그 감정 연기는 영화 속에서 진짜처럼 빛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
어거스트 러쉬는 워너브라더스와 CJ가 공동 제작한 작품입니다. CJ 이미경 부회장이 제작비의 약 5%인 15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후 기생충 해외 진출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한국과의 연결 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구혜선과 타블로가 약 3초 분량의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 중 한 명인 리 캐슬은 음악 신동인 자신의 조카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실제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는 점이 영화의 온도를 다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그 따뜻한 감도가 어디서 오는지 뒤늦게 이해가 됐습니다.
감독 커스틴 쉐리단은 프레디 하이모어가 오디션장에 들어서자마자 이 배우가 어거스트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직감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고, 프레디는 세 가지 악기를 직접 익히며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습니다.
아역 배우가 단기간에 여러 악기를 연습해 실제 연주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지휘(Conducting)란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을 이끌며 템포, 다이나믹, 표현 방향을 손과 몸으로 전달하는 기술인데, 이를 단기간에 익혀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했다는 점은 꽤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영화 제작 기간 동안 배우들이 이 수준의 준비를 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총 평
어거스트 러쉬는 현실적인 가족 드라마라기보다는 음악적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우연과 운명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현실성을 기준으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봤을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이 영화는 말 도 안되는 상황이 많이 보여지는데 그래서 판타지 영화에 더 가 까운 느낌이었습니다. 현재의 에반 그리고 과거 라일라와 루이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으로 진행이되고, 서로를 잊지 못하고 현재를 살아가기에 아련하고 어린 에반이 부모를 그리워하는게 뭉클 하면서도 흘러 나오는 음악이 굉장히 경쾌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음악이 가진 상징성과 감성적 연출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꽤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음악 중심의 힐링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한 번쯤 꺼내 보시길 권합니다.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시고 보면 음악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실거 같아요.
배우들 한명한명이 매력이 넘쳐서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