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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 되는 법 (영화 배경, 줄거리, 감상)

<할머니가죽기전백만장자가되는법, 태국영화, 가족드라마, 배리어프리, 부산국제영화제, 팟부니티팩>
솔직히 저는 태국 영화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제목은 가볍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습니다. 유산 문제, 노년의 고독, 그리고 죽음 앞에서 가족이 어떤 얼굴을 드러내는지를 꽤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달러플루 철길이 만든 공간감, 영화의 배경

팟 부니티팩 감독의 2024년작 이 영화는 방콕의 달러플루(Daraluhu) 기찻길 일대를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이 공간이 단순한 로케이션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를 잡아주는 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철길 옆에 노점을 펼쳐두고 매일 아침 죽을 파는 할머니의 일상은, 근사한 세트장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밀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경, 소품, 인물 배치, 조명 등을 총칭하는 영화 연출 용어입니다. 달러플루 거리의 낡은 상가, 기차가 지나칠 때마다 흔들리는 천막, 그 아래서 묵묵히 죽을 끓이는 할머니의 모습은 이 미장센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된 것인지를 보여줬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색감과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는 제23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제29회 부산 국제 영화제 아시아 영화 부문에도 초청되었습니다. 역대 태국 영화 중 수익 1위라는 기록은, 이 영화가 단순히 평단의 지지만 받은 것이 아니라 일반 관객의 마음도 실제로 움직였다는 증거입니다. 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에서 상영되었으니, 가족이라는 주제가 문화권을 가로질러 통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산과 감정 사이, 줄거리를 읽는 법

게임 방송을 하며 살아가던 청년 엠은 사촌 무이가 친할아버지를 돌보다 집을 상속받았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외할머니 집을 찾아갑니다. 목적은 명확합니다. 유산을 받기 위해 할머니의 마음을 사는 것입니다.

이 설정이 처음엔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유산 계산이 아니라, 오래 멀어져 있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입니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는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혹은 알게 되면서도, 엠이 할머니 곁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전형적인 성장 서사를 따르고 있습니다.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과 순서를 의미하는데, 이 영화는 목적 있는 접근 → 불편한 동거 → 관계의 균열과 회복 → 이별이라는 고전적인 흐름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그 안에 태국 가족의 실화가 녹아 있다는 점이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이 영화를 분석할 때 주목할 만한 지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할머니가 자녀가 아닌 손자 무이에게 집을 물려준 결정, 그리고 그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
  • 엠의 엄마(새우)가 아들 때문에 답답해하는 표정이 반복되는 장면의 의미
  • 할머니와 큰아들 관계와 엠 모자 관계가 겹쳐지는 방식

저는 특히 세 번째 포인트에서 꽤 크게 공감했습니다. 엄마가 저를 편애하는 방식이 영화 속 할머니와 첫째 아들의 관계와 묘하게 닮아 있어서,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본다면 달라지는 것들

이 영화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버전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음성 해설과 자막을 추가해 시각 또는 청각 장애가 있는 관객도 동등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버전을 말합니다. 낭독은 헨켈 코리아의 박금숙, 최영은이 담당했으며, 음성 해설에서는 엠의 시점을 기준으로 할머니, 큰 삼촌, 작은 삼촌, 엄마 등의 호칭을 일관되게 사용합니다.

음성 해설 버전을 경험한 분들 중에는 오히려 인물 관계가 더 명확하게 정리된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저도 인물 이름이 태국식이라 처음엔 헷갈렸는데, 호칭 중심으로 정리되니까 관계도가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한국도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통계청). 이런 흐름 속에서 혼자 사는 노인, 가족과 멀어진 노년,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확산도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 따르면 배리어프리 콘텐츠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영화관뿐 아니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음성 해설 및 자막 지원 콘텐츠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 영화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된 것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총   평

제 외할머니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외할머니가 임종하실 때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셨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무서워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속 할머니와 겹치는 장면들이 있어서,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 올라왔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노년의 끝이 비슷한 모습이라는 사실이, 세계가 점점 닮아가는 것에 대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할머니와 손자 사이의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어머니와 자녀, 가족 간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감동적인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은 관객들을 깊이 감동시키는 데에 충분합니다. 특히 할머니의 작은 순간들이 어떻게 큰 행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눈물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과 애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우리의 일상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고민 중이라면, 배리어프리 버전부터 시작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물 관계 파악이 훨씬 쉬워지고, 무엇보다 이야기에 더 빨리 몰입할 수 있습니다. 126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시간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의 노년과 자신의 노년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그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뭔가를 남겨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DLlXrCGK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