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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드 (보호 본능, 실화 논란, 마이클 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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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단순한 스포츠 성공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실화라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터지면서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보호 본능 하나로 경기장을 뒤집은 마이클 오어

마이클 오어가 처음 미식축구 경기에 나섰을 때, 저는 그가 왜 실력을 못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 정도 피지컬이면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뜯어보니, 그건 제가 완전히 틀린 판단이었습니다.

마이클은 팀을 보호한다는 개념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몸을 사리는 선수였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오펜시브 라인맨 이라는 포지션입니다. 오펜시브 라인맨이란 쿼터백이나 러닝백이 공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상대 수비수를 막아내는 역할을 말합니다. 보호 본능이 없으면 아무리 몸이 커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리 앤이 이 사실을 알아챈 건 교통사고 현장에서였습니다. 마이클이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SJ를 에어백으로부터 막아낸 그 순간, 리 앤은 코치들도 찾지 못한 해답을 찾아낸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영리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기술 훈련이나 전술 교육보다, 단 하나의 감정 언어가 선수를 바꿨습니다.

마이클이 각성하게 된 계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펜시브 라인맨이라는 포지션의 본질: 막고 보호하는 역할
  • 교통사고에서 드러난 선천적 보호 본능의 발견
  • 리 앤의 조언: 팀을 SJ처럼 생각하라는 감정적 접근
  • 코치의 헌신적인 모습이 준 심리적 동기 부여

이 네 가지가 맞물리면서 경기장에서의 마이클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카우터들이 눈이 휘둥그레진 건 단순히 피지컬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실화 논란, 감동 뒤에 숨겨진 이야기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작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샌드라 블록이 리 앤 투오이를 연기해 수상했고, 당시 전 세계 관객들이 '실화'라는 수식어에 열광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8월,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오어 선수가 투오이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투오이 부부가 자신을 공식적으로 입양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후견인 제도가 핵심 쟁점으로 등장합니다. 후견인 제도란 법적 부모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특정인의 신상이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입양과는 엄연히 다른 법적 지위입니다.

마이클은 이 후견인 권한을 이용해 투오이 부부가 영화와 책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자신에게는 정당한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화 제작 측과 원작 책의 저자는 투오이 부부가 세금 공제 후 70만 달러를 수령했다고 반박했지만, 이것이 마이클에게 돌아갔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가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영화에서 봤던 따뜻한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실제 당사자가 그 서사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투오이 부부 측은 오어가 1,500만 달러를 요구하며 언론 유포로 협박했다고 반박하고 있어서, 진실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몫입니다. 판사는 투오이 부부의 후견인 권한을 2023년 9월부로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출처: AP통신).

미국 스포츠 법률 분야에서 선수의 초상권(Right of Publicity) 보호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주제입니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 이야기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당사자가 이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마이클 오어의 소송은 스포츠 서사가 상업적 콘텐츠로 소비될 때 당사자 동의와 수익 배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워 줍니다(출처: ESPN).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는 사실과 논란은 별개다

영화를 단순히 '아름다운 거짓말'로 단정짓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이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의 진위와 법적 분쟁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이 어릴 때부터 보호소를 전전하며 법적 신분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 면허증 하나를 따기 위해 출생 기록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다는 현실은 영화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부분은 미국 사회의 위탁 아동시스템, 즉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을 일시적으로 다른 가정에 맡기는 보호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미국 내 위탁 아동 시스템에 관해서는 오랜 연구와 비판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아동 보호 전문가들은 위탁 가정을 전전한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법적·경제적 자립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합니다. 마이클의 케이스는 그 시스템의 허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총   평

영화가 '따뜻한 성장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마이클 개인의 성공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를 처음으로 사람으로 바라봐 준 장면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리 앤이 TV를 꺼버리는 그 한 장면이 긴 설명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다만 그 감동이 실제 당사자에게도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졌는지는, 지금의 소송을 보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감동적인 서사'와 '당사자의 진실'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무엇을 기대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실화이기에 더 큰 감동이 있는 영화, 세상을 울린 행복한 영화라는 수많은 수식어가 달려 있지만 그 모든 말들 중에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가족이라는 것이 한 집에 산다는 것만으로, 무엇이든지 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부모가 낳은 자식이라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과 인생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하고, 남을 위한 배려와 관심, 선행 역시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꿈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에 의욕도, 용기도 없는데 영화처럼 내게도 마이클에게처럼 리앤 같은 사람이 찾아와 줄까 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리앤 같은 사람이 되면 어떨까 라는 작은 용기를 가져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한 번쯤 봐두실 만한 영화입니다. 다만 보고 나서 소송 관련 뉴스도 함께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 두 가지를 같이 읽을 때, 이 이야기가 얼마나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지실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2vG26ktk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