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이미 알고 극장에 들어갔는데도, 영화가 끝난 뒤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실제로 벌어진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권력을 향한 욕망과 군인의 신념이 정면충돌하는 하룻밤을 2시간 넘게 압축해 놓은 작품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어도 심장이 조여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보고 나서야 조금 이해했습니다.출연진이 만들어낸 긴장감, 생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서울의 봄〉이 단순한 역사 재현물일 거라 짐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는 팩트 전달에 집중하다 보니 인물이 납작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봤더니 전혀 달랐습니다.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까지, 출연진 한 명 한 명이 각..
이병헌의 출연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던 영화를 보면서 "그냥 총 많이 쏘는 서부극이겠지" 하고 생각했다가 내용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모든것이 역시 유명한 배우들의 영화는 틀리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2016년 개봉한 안톤 후쿠아 감독의 이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에서 출발해 1960년 서부극 을 거친 이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빚어낸 작품입니다. 단순한 총격 스펙터클이 아니라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사연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과정 자체가 볼거리였습니다.배우 캐릭터 — 일곱 명이 한 팀이 되기까지제가 이 영화를 처음 챙겨본 이유 중 하나는 솔직히 이병헌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서부극에서 칼을 쓰는 동양인 총잡이라는 조합이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병헌의 ..
액션 영화에서 60대 여성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 〈파과〉 포스터를 봤을 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40년 경력의 킬러 '조각'을 중심에 세운 이 영화는, 2025년 2월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고 4월 30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단순한 킬러 액션물이 아니라 나이 듦과 고독, 그리고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이혜영 연기, 숨소리 하나가 설명하는 캐릭터저는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60대 배우가 킬러 역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진 건 지하철 장면에서였습니다. 성경책 속에 숨겨둔 비녀를 꺼내 빌런을 제압하는 조각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습니다.이혜영이..
2010년 개봉한 영화 〈이끼〉, 상영 시간이 무려 163분입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 길이가 걱정됐는데, 막상 다 보고 나서는 오히려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가 아니라, 작은 마을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미스터리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작품으로, 지금 다시 꺼내 봐도 배우들의 연기와 구조가 여전히 묵직하게 남습니다.유해국이 마주한 폐쇄적 마을의 구조아버지 유목형의 부고를 받고 마을에 도착한 유해국이 처음 맞닥뜨린 건 슬픔이 아니라 벽이었습니다. 천 이장 천용덕은 의사 소견서도 없이 장례를 독단적으로 강행했고, 마을 사람들은 해국을 처음부터 경계하며 정보를 차단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조차 연..
1986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편집상·음향상, 4개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영화가 국내에서는 계급 오역 하나 때문에 핵심 갈등이 완전히 뭉개진 채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명작이라고 수십 년간 이야기해온 영화인데, 정작 저를 포함해 대부분이 잘못된 자막으로 봐온 셈이었으니까요.올리버 스톤이 직접 겪은 전쟁을 스크린에 옮기다플래툰(Platoon)은 감독 올리버 스톤이 실제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을 그대로 녹여낸 작품입니다. 그는 단순히 전쟁을 배경으로 삼은 게 아니라, 자신이 속했던 브라보 중대의 일상과 내부 균열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다시 찾아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연출된 전쟁이 아니라 기억된 전쟁이다"였습니다.여기에..
같은 번개의 호흡을 쓰는데 왜 젠이츠와 카이가쿠는 칼을 차는 위치가 다를까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저도 그냥 지나쳤던 부분인데, 알고 나니 두 캐릭터의 성격 차이가 기술 설계 자체에 박혀 있더군요. 개봉 3일 만에 관객 164만 명을 돌파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은 흥행 수치만큼이나 뜯어볼 디테일도 많은 작품입니다.번개의 호흡, 같은 유파인데 왜 이렇게 다른가일반적으로 같은 호흡법을 배운 사람은 비슷한 전투 스타일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의아했던 장면이 바로 칼 위치였습니다. 젠이츠는 칼을 허리 앞쪽에 차고 있고, 카이가쿠는 등에 메고 있거든요. 처음엔 그냥 취향 차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게 두 사람이 쓸 수 있는 형(型)의 차이에서 비롯된 설정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