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단종,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한국사극영화, 청령포 CGV 에그지수 99%, 관객 평점 8.3점 이상. 수치만 보면 올해 사극 영화 중 가장 고른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단종 이야기를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전문가 평점과 관객 반응이 이렇게까지 벌어진 영화도 드문데, 그 이유가 뭔지 직접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께 제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줄거리: 유배지가 아닌 한 인간의 이야기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 — 쉽게 말해 수양대군이 조카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 — 이후, 어린 왕 이홍위는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됩니다. 청령포는 삼면이 서강(西江)으로 둘러싸이..
영화 명당, 조승우, 흥선대원군, 풍수지리, 사극영화, 역학 3부작, 한국역사영화 왓챠피디아 9만 명 참여 기준 평점 3.1점. 네이버 7.75점, IMDb 6.1점. 수치만 보면 엇갈린 평가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꽤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풍수지리라는 소재를 권력 투쟁의 언어로 치환한 방식이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기 때문입니다. 영화 명당은 관상(2013), 궁합(2018)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땅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가 아니면 사람이 땅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조선 후기 세도정치 위에 얹어 풀어냅니다.풍수지리, 미신이 아닌 권력의 언어였다영화를 보기 전까지 솔직히 풍수지리를 그냥 오래된 미신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설정해 놓은 맥락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
영화마이클, 마이클잭슨, 자파르잭슨, 음악전기영화, 박스오피스, 에스테이트바이오픽, 팝의 황제 비판적으로 보겠다고 다짐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극장 사운드로 'Wanna Be Startin' Somethin''이 터지는 순간, 그 다짐이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영화 마이클은 5억 8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음악 전기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좋은 드라마냐고 물으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지만,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는 극장 안에서 체감했습니다.5억 8천만 달러 흥행, 팬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일반적으로 음악 전기 영화의 흥행은 원작 아티스트의 팬덤 규모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한 건, 그 공식이 이 영화에는 절반밖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출처: Box Of..
비발디와 나, 클래식영화, 비발디, 피에타고아원, 팩션영화, 바로크음악, 예술영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카페 배경음악 정도로만 접하던 저였는데, 110분짜리 음악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18세기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팩션 음악 드라마 '비발디와 나', 클래식 문외한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봤습니다.피에타 고아원과 팩션이 만나는 방식저도 처음엔 "비발디 영화니까 사계 틀어주는 전기 영화겠지" 하고 별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배경 설명이 꽤 촘촘하게 깔리더니,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공간이 무대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피에타 고아원입니다.피에타 고아원은 단순한 보육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당..
유레카, 아오야마신지, 봉준호, 일본영화, 야쿠쇼코지, 예술영화, 치유영화 3시간 30분짜리 영화를 집에서 봐도 되겠지 싶어서 몇 년째 미뤄왔습니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가 바로 그 영화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반드시 큰 화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넘겼던 거죠. 이 글은 그 안일함을 뒤늦게 후회하게 된 이유와, 이 영화가 왜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작품인지를 정리한 기록입니다.봉준호가 '유레카'를 언급한 이유, 그 맥락부터 짚어야 합니다솔직히 저도 2000년대 일본 예술영화 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구로사와 기요시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아오야마 신지는 그 이름들 뒤에 살짝 묻혀 있는 감독이었고, 관심은 있어도 막상 손이 잘 안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그런데 이 세 감독은 ..
프로젝트헤일메리, 영화리뷰, SF영화, 아스트로 파지, 라이언고슬링, 우주영화, 앤디위어 아름다운 학살자의 정체영화 속 인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존재는 아스트로 파지(Astrophage)입니다. 여기서 아스트로 파지란 '별(astro)'과 '제거(phage)'를 합친 이름으로, 말 그대로 별을 갉아먹는 우주 미생물을 뜻합니다. 이들은 태양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뒤 이산화탄소를 찾아 금성으로 날아가 번식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구로 전달되는 태양열이 줄어들고, 서서히 빙하기가 찾아옵니다.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악의가 없다는 게 오히려 더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대한 악당이라면 협상이라도 해볼 텐데, 그냥 살아남으려는 생명체가 부작용으로 지구를 죽이는 구조라는 게요.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