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영화 리뷰 (롱테이크, 노 맨스 랜드, 사명감)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과대평가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쟁 영화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넘겼는데, 막상 보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단 두 병사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 자체가 관람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롱테이크가 만들어낸 몰입감이 영화가 다른 전쟁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컨티뉴어스 카메라 워크(Continuous Camera Work) 방식에 있습니다. 여기서 컨티뉴어스 카메라 워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끊기지 않고 계속 따라가는 롱테이크 기법을 말하는데, 이 영화는 마치 전편이 하나의 컷으로 이루어진 것처..
언터쳐블 1%의 우정 (선입견, 브로맨스, 실화)사회의 상위 1%와 하위 1%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처음엔 그냥 유쾌한 버디무비겠거니 했는데, 이게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서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양극단의 두 사람이 만나는 배경프랑스의 귀족 가문 출신 필립 포조 디 보르고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마비(사지마비)를 얻게 됩니다. 전신마비란 경추 이상의 척수 손상으로 인해 팔다리와 몸통 전체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을 잃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영화는 이 필립의 간병인을 뽑는 면접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그 자리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 드리스가 등장합니다.드리스는 수감 전력이 있고, 실업급여(allocation chômage) 수급을 위해 거절 확인서가 필요해서..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림자, 총기사고, 아카데미)혹시내게무슨일이생기면, 아카데미단편애니메이션, 넷플릭스애니, 총기사고, 단편애니추천, 작법분석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분짜리 애니메이션 하나가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거든요.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을 받은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약 10분 분량의 작품인데, 저는 처음 틀었을 때 별생각 없이 가볍게 보려다가 끝나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그림자라는 장치가 만들어낸 서사 구조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그림자를 누가 생각해냈을까'였습니다. 식탁 양끝에 떨어져 앉아 말없이 밥을 먹는 부부, 그 뒤로 거대하게 드리운 그림자 두 개가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 실제..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시한부, 바다, 버킷리스트)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유쾌한 로드무비 정도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가볍고, 또 이렇게까지 무거울 수 있다는 게 직접 보기 전까진 상상도 못 했습니다.말기 환자 두 남자가 바다를 향해 달리는 이유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은 마틴과 골수암 말기 판정을 받은 루디. 두 사람은 같은 날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같은 병실에 배정됩니다. 여기서 시한부 선고란 의학적으로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여명, 즉 남은 생존 기간을 고지받는 상황을 말합니다. 영화는 이 선고 장면을 굉장히 건조하게 처리하는데, 그 건조함 때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일본 영화 추천, 멜로 영화, 이별, 성장 영화, 영화 리뷰, 감성 영화한 사람을 사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 순간을 가장 정직하게 포착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야 이게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제라는 한 인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조제의 캐릭터 변화, 유모차 안에서 세상 밖으로영화 초반의 조제는 철저히 고립된 존재입니다. 장애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할머니가 끄는 유모차 안에 몸을 웅크린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는 츠..
보헤미안 랩소디 (전기영화, 라미말렉, 라이브에이드)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꽤 만족했습니다. 퀸의 열혈 팬으로서 대학 시절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Greatest Hits를 반복 재생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는 저로서는, 그 시절 귀에 박혔던 노래들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고 며칠이 지나자,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았습니다.전기영화가 놓친 것: 프레디 머큐리의 본질전기영화(바이오픽, Biopic)란 실존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인물의 일생을 드라마로 압축하는 형식인데, 이 장르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그 인물이 왜 특별한지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