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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슈프림 (홍보 전략, 재킷 신드롬, 오스카 전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이클 B. 조던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론 샬라메의 연기력을 의심한 건 아니었지만, 마티 슈프림이라는 작품 자체가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실존 인물의 인지도도 높지 않은 영화라는 게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 영화의 흥행은 그냥 운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회의실에서 시작된 파격, 티모시 샬라메의 홍보 전략

보통 영화 홍보라고 하면 공식 트레일러(예고편)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트레일러란 영화 개봉 전 핵심 장면을 편집해 배포하는 홍보 영상으로, 관객의 관람 여부를 결정짓는 첫 관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마티 슈프림은 이 공식 트레일러 대신 전혀 다른 카드를 꺼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A24 홍보팀과 진행한 내부 회의 영상이 18분 분량으로 공개되었는데, 여기서 샬라메가 황당할 만큼 기발한 마케팅 아이디어들을 쏟아냅니다. 제가 직접 그 영상을 봤는데, 처음엔 그냥 재미있는 콘텐츠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더군요. 스포츠 스타들이 장식하던 시리얼 브랜드 위트스의 커버에 샬라메가 등장하고, 오렌지색 비행선이 하늘에 떠오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영화 홍보가 하나의 퍼포먼스 아트가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방식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공유하게 만들어 별도의 광고 비용 없이 빠르게 확산되도록 하는 홍보 전략입니다. 기획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날것의 에너지'가 오히려 더 빠르게 퍼졌고, 그 결과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 이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마티 슈프림의 홍보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부 회의 유출 형식의 18분짜리 영상으로 현실감과 공감대 확보
  • 영상 속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해 신뢰와 화제성을 동시에 획득
  • 탁구공 모자 착용 등 기행에 가까운 콘텐츠로 밈(meme) 문화에 자연스럽게 편입
  • 신인 래퍼 에스티키드(ST.KID)와의 피처링 협업으로 힙합 씬까지 포섭

특히 에스티키드의 등장은 흥미로웠습니다. 신원을 감춘 채 활동하는 그가 샬라메와 닮았다는 의심이 퍼졌고, 샬라메가 실제로 피처링에 참여하며 가사 안에 마티 슈프림이라는 제목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요즘 관객들이 인터뷰 화보보다 SNS 피드와 밈에 먼저 반응한다는 걸 정확히 읽어낸 전략이었습니다.

재킷 하나가 만들어낸 스트리트 컬처 현상

홍보 영상에서 샬라메가 입고 나온 마티 슈프림 재킷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또 다른 흐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재킷은 나이미아스(Nahmias)와의 협업 캡슐 컬렉션으로 정식 출시되었는데, 여기서 캡슐 컬렉션이란 한정된 수량과 기간 동안만 판매하는 소규모 특별 의류 라인을 말합니다. 희소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출시 방식이었습니다.

키드 커디, 켄달 제너 등 각 분야의 셀러브리티들이 이 재킷을 착용하며 스트리트 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인스타그램 스토리 홍보 단 하루 만에 런던과 LA 팝업 스토어에 수천 명이 몰렸습니다. 밤샘 대기, 몸싸움, 경찰 출동까지 이어질 정도였으니, 제가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영화 홍보인지 패션 이벤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현재 이 재킷은 리셀(resell) 시장에서 수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리셀이란 한정판 상품을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는 행위로, 그 자체가 상품의 희소성과 문화적 가치를 입증하는 지표로 작용합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1950년대 무드가 재킷의 디자인 언어로 구현되었고, 그 재킷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마티 슈프림이라는 세계관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챌린지를 즐기고 하나의 현상에 동참하는 것이 문화가 된 지금,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탄 전략이 통한 셈입니다. 저는 이게 단순한 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현재 소비자 문화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라고 봅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소위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이라 불리는 개념, 즉 특정 문화 트렌드에 먼저 참여했다는 경험 자체가 소비자에게 가치가 되는 현상을 마티 슈프림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석 매체들은 A24의 이번 캠페인을 전통적인 P&A 비용 구조를 재편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P&A란 인쇄물과 광고비(Prints and Advertising)의 약자로, 영화 배급사가 극장 개봉을 위해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 총합을 뜻합니다. 대규모 광고비 대신 입소문과 참여형 콘텐츠로 비용 효율을 높인 이번 전략은 독립 영화 배급 방식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옵니다.

배우의 역할이 달라졌다, 오스카 전망까지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여러 톱배우들의 신작이 박스오피스에서 예상을 크게 밑도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스타파워만으로는 더 이상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스타에 대한 관심과 그 스타의 영화를 보고 싶다는 동기는 이제 분리되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택한 방법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단순히 배우로서 촬영에 임한 것이 아니라, 마티 슈프림의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리며 홍보 전략을 직접 주도했습니다. 영화 산업에서 배우가 프로듀싱 크레딧을 갖는 것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홍보 캠페인 전체의 기획자이자 실행자로 전면에 나선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어쩌면 그의 활약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직업의 정의를 넘어, 영화를 함께 만들고 세상에 내보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 확장을 보여준 사례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연기 자체도 훌륭하다는 평입니다. 야망을 동력 삼아 혼돈과 관계의 소용돌이를 돌파하는 에너지, 그리고 자칫 비호감으로 흐를 수 있는 캐릭터를 끝내 의연하게 만드는 균형감이 살아있다는 평론가들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 높은 신선도를 기록하며 평단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로튼 토마토란 미국의 영화 리뷰 집계 사이트로, 전문 평론가들의 긍정 리뷰 비율을 신선도 지수로 환산해 보여주는 플랫폼입니다. 시네필(cinephile), 즉 영화를 깊이 사랑하고 탐구하는 관객층을 평단의 극찬으로 확보하면서, 동시에 대중에게는 문화 현상으로 먼저 다가선 이 이중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총  평

티모시 살라메가 처음으로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는 어디에서나 비범한 인물처럼 보였다. 특유의 개성 있는 예쁜 외모가 그렇고, 그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뿜어낼 줄 아는 카리스마 덕분에 그러했다. 그러나 본작에선 (자신이 특별하다며 내내 어필하고 다니는 마티 역을 맡았음에도) 그가 처음으로 별 거 아닌 인물처럼 보였다. 타고난 스타를 지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분명한 샤프티의 최고작이다. 샤프디는 매 작품마다 점점 좋게 느껴진다. 특히나 샤프디는 정신없는 대화의 신이다. '내기 탁구' 시퀀스는 아름답다고까지 말하고 싶다. 이 시퀀스는 거의 마틴 스콜세지 혹은 PTA의 그것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시상식 시즌이 이어지는 가운데, 크리틱스 초이스 수상의 흐름이 오스카까지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마티 슈프림은 아마 오스카 시즌에 국내 개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봐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오스카 시즌을 앞두고 마티 슈프림의 수상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력, 스타파워, 그리고 시대의 흐름까지 동시에 읽어낸 이번 행보는,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배우라는 직업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미리 보여준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국내 개봉 일정이 확정되면 꼭 극장에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foRq-fGA_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