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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전기영화, 라미말렉, 라이브에이드)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꽤 만족했습니다. 퀸의 열혈 팬으로서 대학 시절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Greatest Hits를 반복 재생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는 저로서는, 그 시절 귀에 박혔던 노래들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고 며칠이 지나자,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전기영화가 놓친 것: 프레디 머큐리의 본질

전기영화(바이오픽, Biopic)란 실존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인물의 일생을 드라마로 압축하는 형식인데, 이 장르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그 인물이 왜 특별한지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봅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복잡한 인물이었습니다. 본명 팔로크 불사라, 파키스탄 출신으로 인종차별을 겪었고, 외모 콤플렉스와 양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으로 평생 이방인처럼 살았습니다. 제가 직접 퀸의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느낀 건, 그가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 이유가 무대 밖에서 그만큼 외로웠기 때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영화는 그 외로움을 '나열'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고독이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었는지, 그 연결고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영화의 각본 구조상 문제도 있습니다. 서사적 긴장감을 만들어야 할 갈등들이 너무 쉽게 봉합됩니다. 밴드와의 불화, 솔로 활동 실패, 에이즈 진단까지 모든 갈등이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직전에 급하게 해소되는 방식은 마치 록키 시리즈처럼 클라이맥스 이전에 모든 문제를 정리해버리는 공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이는 극적 카타르시스를 주기는 하지만, 프레디라는 인간의 복잡성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AIDS) 진단 이후의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저는 가장 아쉬웠습니다. 에이즈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면역 체계를 파괴하는 질환으로, 1980년대에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프레디는 에이즈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퀸의 후반기 명반들이 그 시기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죽음 앞에서 더 치열하게 예술에 매달렸던 그 고결함이야말로 프레디 머큐리를 단순한 록 스타 이상의 존재로 만드는 핵심인데, 영화는 그 부분을 너무 평범하게 처리했습니다. 에이즈라는 병마에 쓰러지면서도 음악인으로서의 자세를 끝까지 지킨 그의 품위를 영화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제가 이 영화에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영화가 아쉬운 주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밴드 멤버 간의 우정과 음악적 교감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아 갈등이 뜬금없이 느껴집니다.
  • 퀸의 초기 앨범들이 상업적으로 고전했던 사실을 생략하고 성공을 너무 자연스럽게 그립니다.
  • 에이즈 진단 이후 프레디의 예술적 고투와 고결함이 피상적으로만 처리되었습니다.
  • 보헤미안 랩소디 작곡 과정이 영화 전반의 서사적 축이 되지 못하고 단편적 에피소드로 소비됩니다.

라이브 에이드 재현과 라미 말렉의 퍼포먼스

라이브 에이드(Live Aid)란 1985년 7월 13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동시 개최된 역사적인 자선 콘서트입니다. 아프리카 기아 구호 모금을 위해 기획된 이 공연에는 약 72,000명의 현장 관객이 몰렸고, 전 세계 약 15억 명이 TV로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는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훗날 역대 최고의 라이브 퍼포먼스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이 공연을 프레디의 동선, 곡 순서, 손짓 하나까지 재현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실제로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촬영 현장에 참여해 배우들에게 당시의 생생한 기억을 직접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배우들의 싱크로율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브라이언 메이를 연기한 귈림 리는 제가 처음 봤을 때 실제 브라이언 메이 본인이 출연한 줄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라미 말렉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성공한 부분입니다. 무브먼트 코치(Movement Coach)란 배우가 특정 인물의 몸짓과 제스처를 정밀하게 재현하도록 돕는 전문가입니다. 라미는 이 훈련을 통해 프레디 특유의 마이크 스탠드를 반쯤 쥐는 방식, 무대를 성큼성큼 누비는 보폭, 관객과 주고받는 호흡까지 소화해냈습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는 솔직히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 이르면 그 위화감이 상당 부분 사라질 만큼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시퀀스는 스크린X 포맷으로 보면 체험감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스크린X란 기존 정면 스크린 외에 좌우 양측 벽면까지 화면을 확장하는 다면 상영 포맷입니다. 일반 스크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공연장의 공간감을 체감할 수 있어서, 라이브 에이드 장면과 궁합이 꽤 잘 맞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프레디와 관객 사이의 밀도 높은 교감이 절정에 달할 순간마다 TV로 공연을 보는 가족과 친구들, 후원금 모금 현황 같은 컷어웨이 장면들이 계속 삽입된다는 것입니다. 편집상의 판단이겠지만, 저는 그게 몰입을 끊어놓는다고 느꼈습니다. 프레디가 무대를 장악하는 순간만큼은 그 흐름을 끊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총  평

영화의 고증 면에서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실제로 프레디는 라이브 에이드 당시 에이즈 진단을 받기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에이즈 사실을 알게 된 직후 라이브 에이드에 오르는 것으로 시간 순서를 재배치했습니다. 극적 효과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 변형이 결과적으로 프레디의 실제 궤적을 왜곡합니다. 에이즈를 알고 난 뒤 오히려 더 치열하게 음악에 몰두했던 후반기의 진짜 드라마를 영화가 스스로 포기한 셈이니까요. 음악 평론 매체들도 이 점을 주요 비판 지점으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이라는 이름과 라이브 에이드의 압도적인 재현 덕분에 분명히 볼 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건 퀸의 음악이지,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아니었습니다. 전설을 다루는 데 망설임이 많았던 영화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프레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영화보다는 1992년 트리뷰트 콘서트나 각종 다큐멘터리 영상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쪽이 훨씬 더 프레디 머큐리에 가깝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0JaF0nxh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