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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들러리스트, 영화리뷰, 홀로코스트, 스필버그, 오스카쉰들러, 역사영화, 인간변화

     

    영화관을 나서고 한참이 지나도록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의 일입니다. 흑백 화면 속에서 유일하게 빨간 코트를 입고 걸어가던 소녀가 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직접 보기 전까지는 그냥 역사 기록물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전혀 달랐습니다. 한 기회주의자가 어떻게 1,100명의 생명을 구한 사람으로 바뀌었는지, 그 변화의 핵심에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 제가 느낀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기회주의자의 눈에 들어온 빨간 코트 — 시선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쉰들러가 그냥 전쟁 판에서 한몫 챙기려는 전형적인 투기꾼으로 보였습니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 직후 크라쿠프로 넘어온 그는 나치 당원 신분을 십분 활용해 독일 장교들을 포섭했고, 냄비 공장을 손에 넣기 위해 유대인 투자자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습니다.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던 유대인들이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의 초기 전략은 저렴한 유대인 노동력으로 군수품을 생산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생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숙련공으로 위장 고용하고, 뇌물로 납품 계약을 따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보면서 느낀 건, 이 시기 쉰들러는 도덕적으로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더 강렬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환점은 1943년 3월, 크라쿠프 게토(Ghetto) 폐쇄 장면입니다. 여기서 게토란 나치가 유대인들을 한 곳에 몰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지정한 강제 격리 구역을 의미합니다. 게토 폐쇄 당일, 수많은 유대인이 거리에서 무자비하게 학살당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플라슈프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쉰들러는 그 대학살 현장을 언덕 위에서 지켜보다가 흑백 화면 속 유일한 색깔, 빨간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를 발견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목격(witnessing)'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제 생각에는 진짜로 '보는' 경험이 사람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쉰들러가 바로 그 경우였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외면한 것을 직시했고, 그 시선이 그를 바꿨습니다.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약 270만 명의 유대계 폴란드인이 홀로코스트(Holocaust)로 희생되었습니다. 홀로코스트란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량 학살을 가리키는 역사 용어로, 그리스어로 '완전히 불타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출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 그 거대한 비극의 한가운데서 쉰들러의 시선 하나가 역사의 작은 물줄기를 바꿔놓았다는 사실이, 지금도 제게 계속 남아 있습니다.

    •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 쉰들러 크라쿠프 진입 및 냄비 공장 인수
    • 1942년 겨울: 플라슈프 강제수용소 건설, 유대인 노동환경 극도로 악화
    • 1943년 3월: 크라쿠프 게토 폐쇄 및 대학살, 쉰들러의 내적 전환점
    • 전쟁 말기: 쉰들러 리스트 작성, 약 1,100명 구출
    요약: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였던 쉰들러는 게토 폐쇄 당일 빨간 코트 소녀를 '목격'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재산을 건 '사람 쇼핑' — 생명의 수호자가 된다는 것의 실제 무게

    게토가 폐쇄된 뒤 쉰들러의 공장은 사실상 멈췄고, 노동자들은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수용소장 아몬 괴트는 재미 삼아 수용자들을 발코니에서 저격하는 인물로, 영화 속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악의 얼굴로 그려집니다. 쉰들러는 그 괴트를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방식, 즉 술과 사치품과 현금으로 공략했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의 노동자들을 살려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공장은 냄비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유대인들을 학살로부터 격리하는 피난처로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쉰들러는 생산 능력이 전혀 없는 어린아이, 노인, 장애인까지 '숙련된 금속공'으로 위장해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입니다. 쉰들러가 직접 작성한 유대인 노동자 명단으로, 이름이 올라가는 것 자체가 곧 생존을 의미하는 목록이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황당하면서도 경이롭다고 느낀 건, 그가 실제로 전 재산을 투입했다는 사실입니다. 임금과 식량, 의복을 사비로 충당하고, 나치 장교들에게는 다이아몬드와 암시장 물품을 끊임없이 뿌렸습니다. 공장은 심각한 적자 상태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쉰들러가 전쟁 기간 동안 투입한 금액은 약 105만 6천 달러에 달합니다(출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 — 쉰들러 기록).

    영화 속에서 쉰들러는 괴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힘은 용서하고 살릴 수 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속죄(atonement), 즉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행위를 쉰들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속죄란 단순한 반성을 넘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 쉰들러는 빈털터리로 아르헨티나로 떠났고 이후 사업에서 연이어 실패하며 1963년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그가 구한 유대인들이었습니다. 이른바 '쉰들러 유대인 모임'이 결성되어 그의 생활비를 지원했고, 1974년 그가 사망하자 예루살렘 시온 산에 안장했습니다. 나치 당원 중 시온 산에 묻힌 유일한 인물입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극적인 반전 서사는 허구에서도 좀처럼 만들기 어렵습니다.

    요약: 쉰들러는 전 재산 105만 6천 달러를 투입해 약 1,100명을 구출했고, 그 자신은 전쟁 후 파산했지만 오히려 구한 유대인들에게 부양받으며 시온 산에 안장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쉰들러 리스트는 실화인가요, 각색된 부분이 많은가요?

    A.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오스카 쉰들러가 실제로 작성한 유대인 노동자 명단이 존재했고, 그 명단에 오른 약 1,100명이 살아남았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일부 장면을 극적으로 구성했지만, 핵심 사건과 인물 관계는 역사적 기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쉰들러 관련 상세 기록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Q.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이유가 뭔가요?

    A. 스필버그 감독은 "색을 잃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습니다. 흑백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극단적 이분법으로 치달은 시대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의도적 장치였습니다. 그 안에서 빨간 코트만 유일하게 색으로 표현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생명이 사라져가는 순간을 그 한 가지 색으로 상징한 것입니다.

     

    Q. 쉰들러는 처음부터 유대인을 돕기 위해 공장을 운영한 건가요?

    A. 아닙니다. 초기 쉰들러의 목적은 전쟁 특수를 이용한 이익 극대화였습니다. 저렴한 유대인 노동력으로 군수품을 생산하고 나치 장교들에게 납품 계약을 따내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사업 모델이었습니다. 내적 변화는 1943년 크라쿠프 게토 폐쇄 당일 대학살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공장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Q. 영화 마지막에 쉰들러가 우는 장면, 반지 문구가 뭔가요?

    A. 유대인들이 쉰들러에게 선물한 반지에는 탈무드 구절인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자는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쉰들러는 그 반지를 받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며 무너집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개인의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의 핵심 장면입니다.

     

    결론

    처음에는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 사업가인 줄만 알았더니, 결국에는 전 재산을 털어 사람을 사는 남자가 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계속 마음에 걸린 건 딱 한 가지였습니다. 쉰들러가 달랐던 이유가 처음부터 도덕적으로 특별해서가 아니라, 단지 '봤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빨간 코트 입은 소녀를,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죽어가는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봤다는 것.

    '쉰들러 리스트'는 과거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UCHyaSDJ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