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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제임스 카메론, 영화 비하인드, 케이트 윈슬렛, 이사도르 슈트라우스, 박스오피스

저는 타이타닉을 처음 봤을 때 그냥 멜로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잭과 로즈의 사랑 이야기,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작 현장의 비하인드를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화면 뒤에서 벌어진 일들이 영화 본편보다 더 드라마틱했고, 타이타닉 침몰 자체에 대해서도 저는 지금껏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영화보다 드라마틱했던 현장
제임스 카메론이 이 영화를 만든 진짜 이유를 알고 나서 저는 잠깐 멍했습니다. 그는 2010년 TED 콘퍼런스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심해에 가라앉은 타이타닉 난파선으로 뛰어드는 것이었고, 영화는 그 수단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목적 자체가 영화가 아니라 난파선이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제작을 위해 심해 잠수를 12번이나 감행했습니다.
여기서 심해 잠수란 일반 스쿠버 다이빙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백 미터 이하의 해저를 탐사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난파선까지 편도로만 11시간이 걸렸고, 한 번의 잠수에 4만 달러가 투입됐습니다. 이 정도 집착이라면 영화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제작비 이야기도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12년 실제 타이타닉호 건조에 들어간 비용은 당시 기준 750만 달러, 1997년 물가로 환산하면 약 1억 2천만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작비는 2억 달러였습니다. 배를 짓는 비용보다 그 배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든 셈인데, 저는 이 숫자를 처음 확인했을 때 진짜로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결국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 최초의 작품이 됐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한 번의 테이크, 수백 명의 긴장
노부부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면은 제가 처음엔 카메론의 순수한 창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부부는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뉴욕에서 메이시스 백화점을 운영하던 이사도르 스트라우스와 아내 아이다 슈트라우스 부부가 모델로, 아이다는 구명정에 탑승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함께 살았으니 함께 눈감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거부했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세트장 전체가 극도로 긴장했다고 합니다. 물이 한 번에 쏟아지면 세트와 가구 전체가 파손되기 때문에 딱 한 번의 테이크만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테이크란 영화 촬영에서 같은 장면을 반복 촬영할 때 각각의 시도를 뜻하는 단위입니다. 수백 명의 스태프가 단 한 번의 타이밍에 모든 걸 맞춰야 했던 상황,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단순히 물을 쏟아붓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잠수복 없이 차가운 물속에서 촬영을 이어가다 저체온증에 걸렸습니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촬영은 계속됐고, 윈슬렛과 카메론 둘 다 "매일 아침 제발 저를 죽게 해달라고 생각하며 현장에 나왔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이 영화가 상업적 오락을 넘어선 어떤 집착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 400m 해수압을 견디는 심해 카메라 시스템 개발 — 마이크 카메론과 파나비전 공동 개발
- 엔진룸에 평균 신장 152cm의 배우 투입 — 세트가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원근법 트릭 활용
- 보일러실에 거울 설치 — 공간이 두 배로 넓어 보이는 착시 연출 (1986년 '에이리언스'에서도 사용한 기법)
- 로즈와 엄마의 라운지는 4분의 1 크기 미니어처로 제작 후 그린스크린 합성
- 침몰 후 장면은 130만 리터 규모의 탱크에서 촬영, 왁스와 가루로 젖고 얼어붙은 느낌 연출
침몰 진실: 피할 수 없었던 비극이었을까
영화는 비극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만, 저는 사실 이 부분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타이타닉의 침몰이 순수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연속된 인적 오류의 결과라는 시각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고, 솔직히 저도 그 입장에 가깝습니다.
항해 중 복수의 빙하 경고 전보가 접수됐다는 사실은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빙하 경고 전보란 다른 선박이나 기상 관측소로부터 특정 항로에 빙하가 있다는 위험 정보를 전달받는 통신 수단입니다. 화이트 스타 라인 회장 J. 브루스 이스메이가 이 전보를 주머니에 넣은 채 속도를 줄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건 확증이 없는 의혹입니다. 다만 당시 선박이 최고 속력으로 항해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충돌 이후의 판단도 문제였습니다. 스미스 선장은 빙산과 충돌한 이후에도 배를 완전히 멈추지 않고 반속 전진을 지시했고, 이것이 선체 내부로 유입되는 해수량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항해 장교들이 육분의 판독에서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육분의란 별이나 태양의 고도를 측정해 선박의 위치를 파악하는 전통적인 항법 도구입니다. 이 오류로 인해 조난 신호에 실린 좌표 자체가 부정확했고, 구조선 카르파티아호가 생존자들을 발견한 것은 사실상 우연에 가까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구명정, 그리고 캘리포니안호의 논란
구명정 문제도 빠질 수 없습니다. 60명을 태울 수 있는 보트에 12명만 태운 채 내려보내는 장면이 영화 속에 나오는데, 이건 실제 기록에 근거한 설정입니다. 월터 로드가 쓴 『기억해야 할 밤(A Night to Remember)』에 따르면 일부 승무원들이 '여성과 아이 우선' 원칙을 무시하고 1등석 남성 승객들을 먼저 태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출처: Encyclopedia Titanica). 구명정 수용 인원 자체도 전체 탑승객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으니,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문제가 있었던 셈입니다.
캘리포니안호의 역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합니다. 영국 초기 조사에서는 캘리포니안호가 조기에 출발했다면 더 많은 생존자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1992년 후속 조사에서는 첫 조난 신호를 받자마자 즉각 출발했더라도 현장에 제때 도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로드 선장을 사실상 무죄로 평가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누군가를 단순히 악당으로 규정하는 일이 얼마나 쉽고도 위험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더, 타이타닉이 빙산을 피하려 기동하지 않고 정면 충돌했다면 뉴욕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회피 기동 자체가 오히려 더 넓은 범위의 선체 파손을 불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가설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건, 그 밤에 내려진 수많은 결정들이 얼마나 사소하게, 그러나 치명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는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타이타닉 영화 속 노부부는 실제 인물인가요?
A. 네, 실존 인물입니다. 메이시스 백화점을 운영하던 이사도르 스트라우스와 아내 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가 모델입니다. 아이다는 구명정 탑승을 거부하고 남편 곁에 남았으며, 영화 속 대사는 실제 그녀가 남긴 말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Q. 잭 도슨은 완전히 가상의 인물인가요?
A. 제임스 카메론은 잭 도슨을 완전히 가공의 인물로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완성된 뒤, 실제 타이타닉에 'J. 도슨(조셉 도슨)'이라는 인물이 탑승해 있었고 배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1888년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트리머였던 그의 존재는 카메론 자신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합니다.
Q. 타이타닉 영화 제작비가 실제 배 건조 비용보다 많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1912년 타이타닉호 건조 비용을 1997년 물가로 환산하면 약 1억 2천만~1억 5천만 달러 수준인데, 영화 제작비는 2억 달러였습니다. 실제 배보다 그 배를 담은 영화를 만드는 데 돈이 더 들었다는 사실이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Q. 캘리포니안호가 일찍 출발했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A. 이 부분은 지금도 의견이 갈립니다. 영국 초기 조사에서는 조기 출발이 더 많은 생존자를 낳았을 것이라고 봤지만, 1992년 후속 조사에서는 즉각 출발했더라도 현장 도착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로드 선장을 사실상 무죄로 평가했습니다. 단순히 한쪽을 악당으로 몰기보다는 당시 상황 전체를 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타이타닉은 영화이기 이전에 실제 비극의 기록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멜로로만 소비했던 걸 지금은 조금 후회합니다. 2억 달러의 제작비, 케이트 윈슬렛의 저체온증, 단 한 번의 테이크에 걸린 수백 명의 긴장감. 이 모든 것이 화면 뒤에서 조용히 쌓여 있었습니다.
침몰 자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빙하 경고 전보를 무시했을 가능성, 육분의 오류로 인한 좌표 착오,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구명정 수용 인원. 이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1,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타이타닉을 다시 본다면, 로즈와 잭의 사랑보다 배경의 디테일에 눈을 두고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분명 다른 영화로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