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피디아 9만 명 참여 기준 평점 3.1점. 네이버 7.75점, IMDb 6.1점. 수치만 보면 엇갈린 평가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꽤 오래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풍수지리라는 소재를 권력 투쟁의 언어로 치환한 방식이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기 때문입니다. 영화 명당은 관상(2013), 궁합(2018)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땅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가 아니면 사람이 땅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조선 후기 세도정치 위에 얹어 풀어냅니다.풍수지리, 미신이 아닌 권력의 언어였다영화를 보기 전까지 솔직히 풍수지리를 그냥 오래된 미신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설정해 놓은 맥락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조선 후기, 특히 세도정치(勢道政治) 시기에 풍수는 단순한 묏자리..
비판적으로 보겠다고 다짐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극장 사운드로 'Wanna Be Startin' Somethin''이 터지는 순간, 그 다짐이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영화 마이클은 5억 8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음악 전기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좋은 드라마냐고 물으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지만,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는 극장 안에서 체감했습니다.5억 8천만 달러 흥행, 팬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일반적으로 음악 전기 영화의 흥행은 원작 아티스트의 팬덤 규모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한 건, 그 공식이 이 영화에는 절반밖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출처: Box Office Mojo의 데이터를 보면 영화 마이클은 북미 개봉 첫 주말에만 6,700만 달러를 기록..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카페 배경음악 정도로만 접하던 저였는데, 110분짜리 음악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18세기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팩션 음악 드라마 '비발디와 나', 클래식 문외한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봤습니다.피에타 고아원과 팩션이 만나는 방식저도 처음엔 "비발디 영화니까 사계 틀어주는 전기 영화겠지" 하고 별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배경 설명이 꽤 촘촘하게 깔리더니,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공간이 무대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피에타 고아원입니다.피에타 고아원은 단순한 보육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베네치아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며 운영되던 대규모 음악 기숙학교에 가까운 곳으로,..
3시간 30분짜리 영화를 집에서 봐도 되겠지 싶어서 몇 년째 미뤄왔습니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가 바로 그 영화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반드시 큰 화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넘겼던 거죠. 이 글은 그 안일함을 뒤늦게 후회하게 된 이유와, 이 영화가 왜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작품인지를 정리한 기록입니다.봉준호가 '유레카'를 언급한 이유, 그 맥락부터 짚어야 합니다솔직히 저도 2000년대 일본 예술영화 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구로사와 기요시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아오야마 신지는 그 이름들 뒤에 살짝 묻혀 있는 감독이었고, 관심은 있어도 막상 손이 잘 안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그런데 이 세 감독은 실제로 같은 토양에서 자란 사람들입니다. 하스미 시게히코라는 영화 평론가가 ..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가상으로 만든 존재지만 과연 이런 존재가 지구상에 진짜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아름다운 학살자의 정체영화 속 인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존재는 아스트로 파지(Astrophage)입니다. 여기서 아스트로 파지란 '별(astro)'과 '제거(phage)'를 합친 이름으로, 말 그대로 별을 갉아먹는 우주 미생물을 뜻합니다. 이들은 태양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뒤 이산화탄소를 찾아 금성으로 날아가 번식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구로 전달되는 태양열이 줄어들고, 서서히 빙하기가 찾아옵니다.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악의가 없다는 게 오히려 더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대한 악당이라면 협상이라도 해볼 텐데, 그냥 살아남으려는 생명체가 부작용으..
냉전이 한창이던 1988년, 미국과 소련이 고래 세 마리를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영화로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참 멍했습니다. 알래스카 배로 연안 빙벽에 갇힌 그레이 웨일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냉전의 벽을 허물었는지, 데이터와 실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진한 이야기가 나옵니다.미디어 프레이밍이 구조작전을 만든 방식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건 고래 자체가 아니라 뉴스 한 꼭지의 힘이었습니다. 1988년 10월, 방송국 리포터 아담이 배로 연안에서 빙벽에 갇힌 그레이 웨일 가족을 발견하고 전파를 탔을 때, 그 보도가 단순한 지역 뉴스로 끝났다면 구조작전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겁니다.여기서 핵심은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입니다. 미디어 프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