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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상처치유, 가족서사, 일상 리얼리즘)

가족은 반드시 피로 이어져야 진짜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전제가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부고 한 통으로 시작해, 혈연과 상처와 용서가 뒤섞인 네 자매의 이야기를 카마쿠라라는 바닷마을에 조용히 펼쳐놓습니다.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상처치유 — 아픔을 나눠 짊어지는 방식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가장 이상하게 느낀 장면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밥상머리 대화로 등장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세 자매가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처음엔 낯설었는데, 보다 보니 납득이 됐습니다. 오래전에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한 슬픔은 이미 그 훨씬 이전에 끝나 있었기 때문입니다.첫째 사치는 어릴 때부터 부모 갈등의 중재자이자 동생들..

카테고리 없음 2026. 4. 24. 12:08
노팅힐 리뷰 (줄거리, 명장면, 로맨틱코미디)

저는 노팅힐을 오랫동안 무시했습니다. "스타와 서민의 사랑"이라는 소개글을 보고 너무 뻔한 영화라고 지레 판단해버린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밤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한참을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99년작이 왜 25년이 지난 지금도 로맨틱 코미디의 기준점으로 불리는지, 직접 곱씹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줄거리: 오렌지 주스 한 잔이 만든 인연영화의 무대는 웨스트 런던의 노팅힐이라는 동네입니다. 주인공 윌리엄 테커는 매달 적자를 내는 낡은 여행 전문 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애나가 우연히 그의 서점에 들어오고, 이후 거리에서 윌리엄이 실수로 오렌지 주스를 쏟으면서 두 사..

카테고리 없음 2026. 4. 24. 10:42
킬링필드 (제노사이드, 크메르루주, 디스프란)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가 시상식장에서 웃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1984년 영화 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수상의 기쁨 대신 죄책감이 담긴 얼굴,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친구. 영화가 끝난 뒤 한동안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제노사이드의 배경, 캄보디아에 무슨 일이 있었나영화는 1970년대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시대 배경을 단순한 전쟁 영화의 세팅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알면 알수록 그게 아니었습니다. 론 놀 정부군과 크메르루주 사이의 내전, 거기에 미군의 캄보디아 폭격이 더해진 상황. 이 폭격은 베트남전 당시 호치민 루트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호치민 루트란 북베트남이 캄보디아와 라오스 영토를 경유해 남베트남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6. 4. 23. 22:49
파묘 (독립운동가 이름, 음양오행, 제작 비하인드)

영화 '파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무속 스릴러 한 편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인물 이름 하나, 주문 한 줄, 소품 하나에 이렇게 촘촘하게 역사와 철학이 박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 글은 그날 이후 제가 자료를 뒤지며 확인한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이름 하나에 역사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이름들이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무당 이화림, 제자 윤봉길, 풍수사 김상덕, 장의사 고영근. 처음엔 그냥 개성 있는 이름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 이름들은 실제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이화림과 윤봉길은 한인 애국단 소속 독립운동가입니다. 김상덕과 고영근은 독립운동가 이름을 직접 차..

카테고리 없음 2026. 4. 23. 20:31
인사이드 아웃 (성격 섬, 슬픔의 가치, 복합 감정)

슬픔을 잘 참는 게 성숙한 어른의 증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힌 건 픽사 애니메이션 한 편 때문이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라일리라는 소녀의 머릿속 감정들이 빚어내는 이야기인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된 뒤에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성격 섬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며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솔직히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성격 섬이라는 설정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 속에서 핵심 기억 구슬이란 라일리의 인격과 성격 전체를 떠받치는 근간이 되는 기억들입니다. 여기서 핵심 기억 구슬이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가족 섬·우정 섬·정직 섬처럼 한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드는 성격 섬을 형성하는 감정의 뿌리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4. 22. 22:07
라따뚜이 (레미의 재능, 안톤 이고, 구스토 모토)

픽사의 2007년작 라따뚜이는 전 세계 흥행 수익 약 6억 2천만 달러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처음에 저는 '쥐가 요리를 한다'는 설정만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가 성인에게 훨씬 깊이 박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레미의 재능이 특별한 이유, 팔레트레미는 쥐입니다. 당연히 쥐는 주방에 있어선 안 되죠. 그런데 이 영화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건, 레미의 재능이 막연한 '열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감각 능력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레미가 가진 것은 팔레트(Palate)라고 불리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팔레트란 단순히 맛을 잘 본다는 뜻이 아니라, 재료들 사이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4.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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