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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야마 부시코 (환경수용력, 노인유기, 고려장)

198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가 70세 노인을 산에 버리는 장면을 이토록 담담하게 담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는 불편함을 감추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잔인한 전통이 사실은 무섭도록 논리적이었습니다제가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배경 설명 없이 바로 마을의 풍습이 펼쳐지는 방식이 당혹스러웠습니다. 70세가 되면 아들이 어머니를 산에 버려야 한다는 전통, 갓난아기를 죽이는 장면, 농작물을 훔친 일가족이 생매장되는 장면까지. 처음엔 그냥 자극적인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풍습들이 무섭도록 논리적이라는 걸 깨달았..

카테고리 없음 2026. 4. 17. 12:01
오펜하이머 (프로메테우스 신화, 핵 연쇄 반응, 실존주의)

불을 훔친 신은 영웅일까요, 죄인일까요. 영화관을 나서면서 저는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3시간짜리 전기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집에 돌아와 며칠 동안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을 계속 곱씹게 된 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놀란이 서두에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배치한 이유가, 뒤늦게야 제대로 무겁게 와닿았습니다.프로메테우스 신화와 오펜하이머의 실존주의적 초상오펜하이머를 단순히 '원자폭탄의 아버지'로만 소비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놀란이 그를 프로메테우스에 빗댄 이유가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 속 티탄족 신으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대가로 제우스의 형벌을 받아 독수리에게 간을 영원히 쪼아 먹히는 존재입니다. 인류에게 지식..

카테고리 없음 2026. 4. 17. 10:28
리틀 포레스트 (한일비교, 음식상징, 회복탄력성)

리틀 포레스트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예쁜 음식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배추전 부쳐 먹고 막걸리 담그는 장면이 보기 좋아서 봤을 뿐인데, 두 번째로 보다가 뭔가 찔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건 힐링이 아니라, 기다리는 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한일 원작 비교: 음식이 서사냐, 감정이 서사냐제가 직접 일본판과 한국판을 연달아 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결이 달랐습니다.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는 2014~2015년 미야시타 다이키 감독이 두 편으로 만든 작품으로, 화면 안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인 미장센(mise-en-scène)을 음식에 집중시킨 영화입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배우의 동선, 조명, 소품, 공간 배치까지 ..

카테고리 없음 2026. 4. 16. 20:17
킹스 스피치 (왕실 배경, 말더듬 치료, 리더십)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까지 4개 부문을 한 번에 가져갔습니다. 인셉션, 블랙스완을 제치고 얻은 결과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왕실 드라마가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오프닝 5분 만에 그 냉소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마이크 앞에 선 왕자, 그 침묵의 무게가 화면을 뚫고 나왔습니다.왕실 배경: 독일 성씨를 버린 영국 왕조의 사정킹스 스피치를 단순히 말더듬 극복 영화로만 읽으면 절반을 놓치는 셈입니다. 조지 6세가 마이크 앞에 서야 했던 이유는 개인적 두려움 이전에 왕조의 정통성 문제와 맞닿아 있었습니다.영국 왕실은 오랫동안 유럽 각국 왕실과 혼인을 이어오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빅토리아 여왕 이후 영국 왕실의 공식 왕조 이름은 작센코..

카테고리 없음 2026. 4. 15. 21:52
어거스트 러쉬 (사운드트랙, 명장면, 관람 팁)

음악 영화를 찾다가 실망한 적이 있으십니까. 분명 '음악 영화'라고 소개됐는데 막상 보면 음악은 그냥 배경일 뿐이고, 결국 멜로나 가족 드라마로 끝나는 경우 말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장르 소개만 믿고 고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어거스트 러쉬는 달랐습니다.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였고, 보고 난 뒤 한참 동안 OST를 찾아 들을 정도로 여운이 남았습니다.사운드트랙과 제작 비하인드 — 음악이 이야기를 대신한다어거스트 러쉬는 줄거리 자체가 단순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 에반이 음악을 통해 부모님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인데, 구조는 에반·라일라·루이스 세 인물의 시선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시간과 인과관계에 따라 배..

카테고리 없음 2026. 4. 15. 20:15
핵소 고지 리뷰 (병역거부, 양심적 병역거부, 명예 훈장)

저는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총성과 폭발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감동보다 피로감이 먼저 왔거든요. 그런데 는 달랐습니다. 집총 한 번 하지 않은 의무병이 75명을 구해내고 미군 최고 훈장을 받았다는 실화,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 의심이 137분 만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병역거부, 그 신념은 어디서 왔을까제가 처음 이 영화를 본 뒤 가장 먼저 찾아본 건 데스몬드 도스가 믿었던 종교였습니다. 그는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 신자입니다. 이 교파는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며 십계명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기독교 종파로, 국내에서는 삼육대학교를 설립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단 한 치의 예외도 없이 따른다는 신앙이 그의 집총 거부의 출발점이었습니..

카테고리 없음 2026. 4. 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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