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형 집회, 떼창, 그리고 숫자의 증가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 을 시사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 그 인식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23년 미국 켄터키주 애즈베리 대학교에서 13일간 끊이지 않았던 24시간 예배, 그리고 1907년 원산 부흥 120주년과 맞닿는 연결고리. 이 90분짜리 영상이 제 안에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애즈베리에서 시작된 불, 그게 정말 '부흥'이었을까?2023년 2월, 미국 켄터키주 윌모어라는 작은 도시의 애즈베리 대학교 채플에서 예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13일 동안 찬양과 기도가 이어졌고, 현지 언론이 카메라를 들고 들어올 정도로 세상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복수 스릴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2003년 극장에서 나오면서도 "반전 대박이네" 한 줄로 정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20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제가 놓쳤던 건 액션도 반전도 아니라 죄의식이라는 두 글자였습니다. 올드보이 개봉 20주년 GV 예매에 광탈하고 나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 영화를 다시 뜯어봤습니다.죄의식 — 이우진이 원한 건 복수가 아니었다일반적으로 올드보이는 복수 영화로 분류됩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라는 설명은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돌려보니, 이우진이라는 인물은 복수를 완성하는 순간 승리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끝내버립니다. 심장을 스스로 멈추죠. 복수가 진짜 목적이었다면 그 뒤..
16개국이 남의 나라 전쟁에 군대를 보냈습니다. 1950년, 한국을 처음 보는 병사들이 총을 들고 낯선 땅에서 쓰러졌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게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는 최근에야 제대로 느꼈습니다. 군대를 다녀왔지만 총 한 발 쏘지 않은 저에게, 전쟁이란 여전히 영화 속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졌으니까요.노르망디 작전이 던진 질문, 625전쟁이 답하다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오마하 해변 장면에서 숨을 참았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Normandy Invasion)이란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이 나치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상륙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의미합니다. 영화는 그 작전의 참혹함을 30분 넘..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미국인들이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에 아카데미 후보까지, 화제가 끊이지 않는 영화 미나리. 직접 보고 나서야 "이건 미국이 지금껏 외면해 온 것들을 뒤늦게 발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미나리가 미국에서 주목받는 진짜 이유제가 미국에서 생활해 본 경험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의 위치는 늘 변두리였습니다. 인종 담론의 중심에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있고, 아시아계는 그 뒤편에 조용히 존재하는 식이었죠.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에서도 아시아인은 이른바 '유사 백인'이라는 독특한 자리에 놓입니다. 그게 미국 사회가 아시아를 바라보는 실제 시선에 가까울 겁니다.미나리가 미국에서 이토록 주목받는 건, 단순히 영화가..
현충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제가 가장 오래 서 있었던 곳은 전시관 한켠에 복원된 판옥선 모형 앞이었습니다. 12척. 손가락으로 세면 채 10초도 안 걸리는 숫자였는데, 그 작은 수가 330척을 막아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명량 해전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지형과 조류를 정밀하게 읽어낸 전략이 있었고, 그 전략을 실행에 옮긴 한 사람의 의지가 있었습니다.12척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 칠천량 해전의 후폭풍1597년, 정유재란이 터졌습니다. 여기서 정유재란이란 임진왜란 이후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왜군이 조선을 다시 침략한 2차 전쟁을 의미합니다. 이미 한 번의 전쟁을 치른 터라 조선의 전력은 만신창이였고, 설상가상으로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 ..
겨울왕국을 처음 본 건 개봉 당시였는데, 솔직히 그때는 그냥 신나는 노래가 많은 애니메이션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번아웃이 왔을 때 우연히 다시 틀었다가, 엘사가 장갑을 끼고 문을 잠그는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울컥했습니다. 그 순간 이 영화가 전혀 다른 층위에서 읽힌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자기수용과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정교하게 담아낸 작품인지, 그때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자기수용 — 엘사가 장갑을 벗기까지제가 번아웃 시기에 상담을 받으면서 처음 들은 단어가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이었습니다. 여기서 자기 수용이란 자신의 강점뿐 아니라 단점, 모순된 감정, 통제하기 어려운 특성까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상담사는 저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