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이 때로 족쇄처럼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1993년작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그 감각을 아주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언제 터지지?"였습니다. 그만큼 길버트의 무게가 스크린 밖으로까지 전해졌습니다.엔도라라는 공간이 만드는 트라우마의 구조혹시 영화 속 마을 이름 '엔도라(Endora)'에서 'end'라는 단어가 보이신가요? 저는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알고 나니 이 도시 이름 자체가 이미 탈출 불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더라고요. 세상의 끝에 있는 마을.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떠나지 않는 곳. 이 공간 설정 하나로 영화의 정서가 반쯤 완성됩니다.영화는 기본적으로 성장 서사(coming-of-age narrative)의 구조를 따릅..
어린이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영화 는 그 예상을 조용히 뒤집어 버립니다. 저는 원작 웹툰을 먼저 읽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슬픔이 먼저냐, 즐거움이 먼저냐"를 두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작이 더 깊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경우만큼은 원작과 영화가 서로 다른 감정을 각각 완성한다는 점에서 둘 다 경험할 가치가 충분합니다.원작 웹툰과 영화, 무엇이 다른가원작 웹툰 는 평점 9.9대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그림체임에도 읽고 나면 가슴 한 편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인데, 그 중심에는 '슬픔의 나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실제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다이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구조였습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