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처음 볼 때 그냥 '액션 블록버스터'로만 생각했습니다. 1,270만 관객이 들었다니까 재미는 있겠지,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게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는 걸 그제야 실감했습니다.역사적 교훈 — 1933년, 가장 암울했던 시절의 이야기영화 '암살'의 배경은 1933년입니다. 일제강점기 3기, 이른바 민족말살통치시기에 해당합니다. 민족말살통치란 일본이 우리 민족의 언어, 이름, 문화를 조직적으로 지워나가며 조선인의 정체성 자체를 없애려 했던 통치 방식을 말합니다. 독립의 희망은 보이지 않았고, 만주와 상해를 떠돌던 독립운동가들은 국제적으로도 점점 고립되어 가던 때였습니다.이 시기를 배경으로, 김원봉이 이끄는 의열단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손을..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리메이크 멜로라 하면 어느 정도 뻔한 공식을 따를 거라 생각했는데,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그 색과 빛의 온도가 집에 돌아와서도 떠나질 않았습니다. 영화 만약에 우리,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비가 내린 호치민과 두 사람의 재회2025년 12월 31일 개봉한 만약에 우리는 2026년 상반기 극장가에서 약 25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중인 현실 공감 멜로 영화입니다. 2018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한국적 정서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에서 이미 보여줬듯, 거창한 사건 없이 일상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연출 방식으로 정평이 나..
1,400만 명이 본 영화를 두고 "억지 신파"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세 번 울었습니다. 처음 볼 때, 비하인드를 찾아볼 때, 그리고 글을 쓰면서. 감동이 설계된 것이어도, 그게 진짜 마음에 닿는다면 그게 좋은 영화 아닐까요.왜 1,400만이 극장을 찾았나 — 흥행 비결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4위. 수치만 보면 그냥 많이 봤다 싶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2014년 12월의 맥락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시 극장가에는 대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즐비했고,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성을 담은 국내 영화가 그 틈에서 압도적 흥행을 거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저는 이 흥행의 핵심이 '세대 공감'이라고 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결국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야?"라고 물었더니 같이 본 친구가 잠자코 있다가 "모르겠어"라고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곡성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무섭고 불쾌한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삭제된 시나리오와 감독 인터뷰를 함께 놓고 보면, 이 영화는 초월적 존재들 사이의 공성전을 배경으로 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외지인과 일광이 펼치는 공성전의 구조일반적으로 곡성을 두고 "외지인이 악마고 무명이 수호신"이라는 구도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개봉판에서 핵심 장면들을 삭제한 이유가 바로 그 선악의 구분을 지워버리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
2005년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은 당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4위를 기록하며 약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기에 어두운 전쟁 영화를 떠올렸는데,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가 펼쳐졌거든요. 기존 반공 영화의 문법을 어떻게 이만큼 뒤집어 놓을 수 있는지, 그 지점부터 분석해봤습니다.반공 영화의 문법을 깨다1950~60년대 한국 반공 영화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인민군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면 반공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강박이었습니다. 반공법이란 1961년 제정된 법률로,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거나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법 아래에서 인민군이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그려진다는 것 자..
칸 영화제 대상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또 무거운 유럽 예술 영화겠지'라고 반쯤 흘려 봤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을 넘길 때마다 자꾸 멈추게 되더군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 '센티멘탈 밸류'는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트라우마 되물림, 이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혹시 부모님의 상처가 자신에게도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센티멘탈 밸류'는 바로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룹니다.영화의 출발점은 2차 세계대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군에게 고문을 당한 구스타프의 어머니는 그 트라우마를 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여기서 '트라우마' 란 강렬한 충격적 경험이 심리적으로 지속적인 손상을 남기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단순한 나쁜 기억이 아니라, 뇌의 스트레스 반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