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반가운 건 아닙니다. 오히려 "원작을 망치는 속편"이 더 많다는 게 제 경험상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발표 순간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20년 만의 귀환인데도 억지스럽다는 느낌보다 "이걸 지금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원멤버가 전부 돌아왔다는 것의 의미속편 제작이 확정됐을 때 가장 먼저 확인했던 건 캐스팅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속편은 주연 한두 명만 복귀하고 나머지는 새 얼굴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앤디, 미란다, 에밀리, 나이젤까지 이른바 코어 캐스트(Core Cast), 즉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들어낸 핵심 배우군이 전원 귀환합니다.여기서 코어 캐스트란 단순히 출연 비중이 많은 배우를 넘어, 작품의 ..
괴물은 그냥 무서운 생명체 이야기일까요? 처음 봤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괴물을 핑계 삼아 우리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선택과 방치, 그 결과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려진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괴물이 상징하는 환경오염의 민낯영화의 첫 장면에서 강두가 아무 생각 없이 맥주를 던지고, 구경꾼들이 음식을 줍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처음엔 그냥 웃음 포인트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장면이 영화 전체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해 놓은 장면이었습니다.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알레고리 입니다. 알레고리란 표면적인 이야기 뒤에 다른 의미를 숨겨 놓는 문학적·영화적 기법으로, 쉽게 말해 겉으로는 괴물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가 10살때 우리나라에서 이런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이었습니다. 1981년, 평범한 대학생들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렸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한 줄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화라는 사실이, 오히려 더 무겁게 가슴에 얹혔습니다.부림사건, 조작된 공안 사건의 실체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노태우 군부 정권 시절에 벌어진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입니다. 용공조작이란 국가 권력이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공산주의 동조자로 허위 규정하여 탄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프로 운동권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책 몇 권을 읽고 모임을 가진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당시 불온서적으로 지목된 책들이 저는 아직도 어이가 없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난..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쟁 영화라고 하면 총성과 전투 장면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진태와 이진석 형제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쟁 서사가 아니라,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낙동강 전선이 보여준 전쟁의 실체제가 직접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6.25전쟁 영화라고 하면 국가와 이념을 위한 영웅적 희생을 다루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이 영화는 그런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낙동강 전선은 1950년 여름, 국군과 유엔군이 한반도 남동쪽 끝까지 밀려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한 전투 구역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사수(死守)입니다. 사수란 어떤 상황에서도 진지를 포기하지 않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