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범죄도시'가 650만 관객을 동원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추석 대목에 개봉했다는 것 말고는 딱히 흥행 보증수표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박스오피스 5위, 역대 청불 영화 중 3위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석 연휴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간 특수로는 설명이 안 되는 지점들이 꽤 많습니다.추석 특수가 아니었던 역주행 흥행제가 직접 극장가 분위기를 지켜본 결과, '범죄도시'의 흥행 패턴은 일반적인 한국 영화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보통 천만 영화의 대표격인 '부산행'을 보면 개봉 첫날 1,571개 스크린에서 87만 명을 동원했고, 초반 열흘간 누적 관객이 700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관객의 60%가 ..
여러분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며칠씩 멍하게 있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다룬 이 영화는 단순한 실화 영화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역사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택시운전사 김만섭(실제 인물 김사복)과 독일 기자 피터(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날 광주에서는 정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평범한 택시운전사는 왜 광주로 향했을까송강호가 연기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은 처음부터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저 딸 하나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도 악착같이 핸들을 잡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죠. 최루탄이 터지면 익숙한 솜씨로 코밑..
부흥이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 '부흥'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미국 켄터키주 애즈베리 대학교에서 13일 동안 24시간 예배가 끊이지 않았던 그 현장, 그곳에서 시작된 2년 7개월의 기록이 9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종교 다큐가 아니라 전 세계 120개 도시를 직접 발로 뛰며 담아낸 부흥의 실체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애즈베리 대학교 부흥과 원산 부흥 120주년의 연결고리2023년 애즈베리 대학교에서 일어난 부흥 집회는 현지 언론까지 주목할 정도로 특별한 영적 현상이었습니다. 여기서 '리바이벌(Revival)'이란 죽어있던 영적 상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순히 교회 출석 인원이 늘..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저에게 그런 영화가 바로 였습니다. 2003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을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그 여운은 여전합니다. 올해가 올드보이 개봉 20주년인데, 관련 GV(관객과의 대화) 예매에 광탈하고 나니 제 나름의 방식으로라도 이 영화를 정리하고 싶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겪은 감상과 함께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파헤쳐보려 합니다.복수극이 아닌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단순히 복수 영화로만 보셨다면, 이 영화의 핵심을 놓치신 겁니다. 저 역시 처음 봤을 때는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의 격렬한 액션과 반전에만 집중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철저히 '죄의식..
노르망디 작전의 희생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미군은 라이언 형제 중 3명이 전사했고, 막내 라이언 일병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됩니다미 육군은 ‘라이언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특별 명령을 내리고, 밀러 대위는 8인의 부대를 편성해 임무를 수행합니다.작전 중 전투가 거세게 치닫고, 부대원들은 전쟁의 현실과 임무의 의미에 대해 갈등하며 희생을 겪습니다.결국 라이언을 찾지만, 그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보다 전우들과 함께 남겠다는 선택을 하며, 부대는 그를 지키기 위해 남게 됩니다한 사람의 목숨이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이 부대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됩니다.전쟁 중에 내리는 선택(독일군 포로 처리, 전투 참여 등)이 인명과 임무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솔직히 처음 미나리를 봤을 때 제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고 아카데미까지 거론되는 작품인데, 저는 계속 기생충과 버닝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지금 우리 영화계와 언론이 미나리에 보내는 열광 속에는 어쩌면 우리의 어렴풋한 기대도 섞여 있을 겁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미나리는 그 정도까지 압도적인 수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미국이 미나리에 집중하는 진짜 이유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미국 영화다"였습니다. 단순히 감독이나 제작사의 국적 때문이 아니라, 이 작품이 미국인들의 정서 깊숙한 곳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미국은 흔히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이민자의 나라'란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고, 지금도 전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