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만에서 250만 명.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사라진 숫자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영화 한 편이 그 숫자 뒤에 있는 얼굴들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1984년 작 '킬링필드'는 지금 봐도 불편할 만큼 생생하고, 그래서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제노사이드를 기록한다는 것의 무게영화는 뉴욕 타임스 기자 시드니 쉔버그와 캄보디아인 보조 기자 디스 프란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1970년대 중반 캄보디아는 론 놀 정부군과 공산 무장세력 크메르 루주 사이의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미군의 캄보디아 폭격이 더해졌습니다.이 폭격은 베트남전 당시 호치민 루트, 즉 북베트남의 보급로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으로 진행된 작전이었습니다. 여기서 호치민 루트란..
개봉 일주일 만에 수백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파묘'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무속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알고 보니 역사와 오컬트를 이렇게 정교하게 엮을 수 있다는 사실에 꽤 오래 생각이 멈췄습니다. 등장인물 이름 하나에도, 여우 한 마리에도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인물 이름 속에 박혀 있는 역사이 영화를 한 번 보고 나서 이름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무당 이화림, 제자 윤봉길, 풍수사 김상덕, 장의사 고영근. 처음에는 그냥 개성 있는 이름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이름들은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김상덕, 고영근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직접 썼고, 원봉 스님은 의열단 단장 김원봉에서 따왔으며, 오강심과 박자해는 각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