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한일 비교, 타이밍의 미학, 나만의 숲)월급날만 꾹 참고 기다리며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옆자리 동료가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신경 쓰이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는 새벽 두 시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맞나' 싶어집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바로 그 지점, 삶의 허기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단순한 힐링 영화라는 평가가 조금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그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이거든요.한일 원작 비교: 음식이 주인공인가, 감정이 주인공인가일본 원작 리틀 포레스트는 미야시타 다이키 감독이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두 편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원작은 철저하게 미장센(mise-en-scène) 중심의 영화..
킹스 스피치 (인간승리, 말더듬증, 조지6세)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왕실 이야기라길래 지루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시작되고 5분도 채 안 돼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말더듬증을 가진 왕자가 수만 명의 청중 앞에서 마이크 앞에 서는 장면, 그 침묵이 너무 무거워서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킹스 스피치는 단순한 왕실 드라마가 아닙니다. 자기 안의 두려움과 싸우는 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아카데미 4관왕이 증명한 것: 팩트로 보는 킹스 스피치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까지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총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당시 압도적인 기대작이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인셉션, 블랙스완 같은 쟁쟁..
어거스트 러쉬 (줄거리, 명장면, 음악)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인 영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동화 같은 가족 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꽤 오래 그 여운이 남았습니다. 음악이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다시 음악을 부르는 구조로 이야기 전체가 움직이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입니다.줄거리 — 세 사람이 음악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영화는 크게 세 인물의 시선을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 에반, 첼리스트 라일라, 그리고 록 밴드 보컬 루이스. 이 셋이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초반부터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에반은 음악을 통해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제게는 유난히 인상적이었는데, 어린아이의 순수..
핵소 고지 (병역거부, 오키나와 전투, 양심적 병역거부)총 한 번 쏘지 않고도 전쟁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멜 깁슨 감독의 는 2017년 2월 국내 개봉 당시 관람객 평점 9.20, 누적 관객 177,821명을 기록한 139분짜리 전쟁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전쟁 영화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병역거부와 군사재판, 그 신념은 어디서 왔을까데스몬드 도스는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Seventh-day Adventist Church) 신자입니다.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며 십계명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기독교 교파로, 한국에서는 삼육..
태양의 제국 (계층 붕괴, 순수함 파괴, 시대의 종말)전쟁 영화를 보다가 문득 불편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태양의 제국을 처음 봤을 때 딱 그랬습니다. 전쟁의 승패를 따지는 대신, 한 아이의 눈빛이 서서히 꺼져가는 과정을 두 시간 넘게 지켜봐야 했으니까요. 1987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이 영화는 J.G. 벌라드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1941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소년 짐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계층 붕괴 — 하인이 뺨을 때리는 날영화 초반, 제이미는 상하이 공공조계(International Settlement)에 사는 영국인 상류층 아이입니다. 공공조계란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이 중국 내에 설정한 자치 구역으로, 중국 법률 대신 서구식 행정과 치안이 적용되던 공간입니다. 쉽게 말해 중국 ..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저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30년도 더 된 이탈리아 영화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엔딩 장면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1990년 개봉 이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석권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상실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입니다.필름 시대의 영사실, 그리고 알프레도라는 멘토이 영화를 단순히 "감동적인 성장 영화"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날로그 영화 산업의 생리와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촘촘히 얽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토토가 드나들던 영사실에는 나이트레이트 필름(Nitrate Film)이 가득했습니다. 나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