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영화는 신자들만 보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 한 편이 미국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단 17일 만에 한국 영화의 모든 북미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830억 원을 벌어들인 영화 킹 오브 킹스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북미 흥행을 가능하게 한 성경 서사 구조영화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19세기 영국의 문호로, 빈민과 소외계층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가 사적으로 자녀들을 위해 쓴 이 작품이 2세기를 건너 한국 영화의 토대가 된 셈인데, 제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영화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이 영화의 핵..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에 그냥 '크리스마스 무렵에 개봉한 잔잔한 외국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가 70년 넘게 감춰온 실화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조용한 양심이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막달레나 세탁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제가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Laundries)라는 이름 자체를 몰랐습니다. 여기서 막달레나 세탁소란, 19세기 중반부터 1996년까지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가 운영한 강제 노역 시설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미혼모나 성폭행 피해자, 어린 소녀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용한 뒤 무보수로 세탁 노역을 시킨 곳입니다.영화의 ..
가족이라는 이름이 때로 족쇄처럼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1993년작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그 감각을 아주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언제 터지지?"였습니다. 그만큼 길버트의 무게가 스크린 밖으로까지 전해졌습니다.엔도라라는 공간이 만드는 트라우마의 구조혹시 영화 속 마을 이름 '엔도라(Endora)'에서 'end'라는 단어가 보이신가요? 저는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알고 나니 이 도시 이름 자체가 이미 탈출 불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더라고요. 세상의 끝에 있는 마을.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떠나지 않는 곳. 이 공간 설정 하나로 영화의 정서가 반쯤 완성됩니다.영화는 기본적으로 성장 서사(coming-of-age narrative)의 구조를 따릅..
어린이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영화 는 그 예상을 조용히 뒤집어 버립니다. 저는 원작 웹툰을 먼저 읽고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 "슬픔이 먼저냐, 즐거움이 먼저냐"를 두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작이 더 깊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경우만큼은 원작과 영화가 서로 다른 감정을 각각 완성한다는 점에서 둘 다 경험할 가치가 충분합니다.원작 웹툰과 영화, 무엇이 다른가원작 웹툰 는 평점 9.9대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그림체임에도 읽고 나면 가슴 한 편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인데, 그 중심에는 '슬픔의 나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실제로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다이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구조였습니..
이 영화를 봤을 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시간 30분을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뭔 이야기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인 채 관객에게 던져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퍼즐을 맞춰야 하는 작품입니다.꿈과 현실: 비선형 서사가 만드는 혼란일반적으로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공식을 거부합니다. 전반부의 베티와 리타 이야기가 사실은 다이앤이라는 여성의 꿈속 서사였다는 반전은 단순한 트릭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두 번 다시 보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전반부 장면 하나하나가 전부 다이앤의 죄책감과 욕망이 뒤섞인 심리 지형도였..
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 중 어느 쪽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망설임 없이 "슬픈 결말"이라고 답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네 번, 다섯 번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라라랜드는 사랑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겪어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꿈을 품은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미아는 유명 배우들이 드나드는 커피숍에서 일하며 오디션을 쫓아다니는 지망생입니다.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바를 열겠다는 꿈 하나로 버티는 가난한 피아니스트입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로맨틱하기는커녕 어깨가 부딪히는 악연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제게는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은 대개 여유가 없고, 타인을 돌아볼 틈도 없으니까요.영화는 이 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