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작이라는 말에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끄지 못하고 끝까지 봤습니다. 기러기 떼와 경비행기가 함께 하늘을 가르는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서 며칠째 떠나질 않더군요. 삭막한 일상에서 이런 감각이 남아 있다는 게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생각하고 그때의 동심을 느끼게 하는 한편의 추억 여행같은 작품입니다. 동심을 잃은 어른에게 건네는 영화 한 편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영화가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녀 에이미이고, 이야기 자체는 단순합니다. 공사로 보금자리를 잃은 캐나다 기러기 알들을 에이미가 직접 부화시키고, 경비행기를 타고 기러기들과 함께 월동지인 미국 버지니아까지 날아가는 여정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들었을 때 흘려들었습니다. 제목에 '케이팝'이 대놓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뭔가 억지스럽게 한류를 끌어다 쓴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선입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넷플릭스 실시간 1위를 달리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줄거리와 음악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을 중심으로 제가 직접 본 감상을 풀어봅니다.제목에 속았다가 줄거리에 빠졌다일반적으로 '케이팝'이나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작품은 가볍고 팬덤을 겨냥한 홍보용 콘텐츠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줄거리 자체가 꽤 탄탄했습니다.이야기의 중심에는 걸그룹 헌트릭스가 있습니다. 루미, 조이, 미라 세 멤버로 구성된 이 그룹은 낮에는 아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과대평가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쟁 영화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넘겼는데, 막상 보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단 두 병사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 자체가 관람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롱테이크가 만들어낸 몰입감이 영화가 다른 전쟁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컨티뉴어스 카메라 워크(Continuous Camera Work) 방식에 있습니다. 여기서 컨티뉴어스 카메라 워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끊기지 않고 계속 따라가는 롱테이크 기법을 말하는데, 이 영화는 마치 전편이 하나의 컷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가 이 작업을 위해 배우..
사회의 상위 1%와 하위 1%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처음엔 그냥 유쾌한 버디무비겠거니 했는데, 이게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서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 세상에 과연 이런 일들이 이러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양극단의 두 사람이 만나는 배경프랑스의 귀족 가문 출신 필립 포조 디 보르고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마비(사지마비)를 얻게 됩니다. 전신마비란 경추 이상의 척수 손상으로 인해 팔다리와 몸통 전체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을 잃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영화는 이 필립의 간병인을 뽑는 면접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그 자리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 드리스가 등장합니다.드리스는 수감 전력이 있고, 실업급여(allocation chômage) 수..
혹시내게무슨일이생기면, 아카데미단편애니메이션, 넷플릭스애니, 총기사고, 단편애니추천, 작법분석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분짜리 애니메이션 하나가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은 몰랐거든요.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을 받은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약 10분 분량의 작품인데, 저는 처음 틀었을 때 별생각 없이 가볍게 보려다가 끝나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그림자라는 장치가 만들어낸 서사 구조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 그림자를 누가 생각해냈을까'였습니다. 식탁 양끝에 떨어져 앉아 말없이 밥을 먹는 부부, 그 뒤로 거대하게 드리운 그림자 두 개가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 실제 인물들은 숟가락만 들고 있는데, 그림자는 서로에게 할 말을..
영화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유쾌한 로드무비 정도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가볍고, 또 이렇게까지 무거울 수 있다는 게 직접 보기 전까진 상상도 못 했습니다.내 자신이 저 상황이라면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가슴시린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말기 환자 두 남자가 바다를 향해 달리는 이유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은 마틴과 골수암 말기 판정을 받은 루디. 두 사람은 같은 날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같은 병실에 배정됩니다. 여기서 시한부 선고란 의학적으로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여명, 즉 남은 생존 기간을 고지받는 상황을 말합니다. 영화는 이 선고 장면을 굉장히 건조하게 처리하는데, 그 건조함 때문에 오히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