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일본이 감추고 싶었던 치부를 정면으로 들이민다면, 그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는 처음 보는 순간부터 불편함을 감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는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영화가 위대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9세기 오지 마을, 왜 이토록 잔인했을까70세가 되면 아들이 어머니를 산에 버려야 한다는 전통, 그 자체만 보면 그냥 잔인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전통이 무섭도록 논리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일본의 깊은 산간 오지입니다. 정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곳에서 마을은 철저하게 자급자족으로 생존해야 했습니다. 식량은 한정되어 있고, 겨울은 혹독하게 ..
핵을 만든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전기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3시간 러닝타임에 지쳐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며칠을 곱씹다 보니, 이 영화는 오펜하이머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도덕적 질문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서두에 배치한 이유가 뒤늦게 무겁게 와닿았습니다.프로메테우스 신화와 오펜하이머의 실존주의적 초상일반적으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만 소비되는 편인데,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놀란은 그를 프로메테우스에 빗대어 소개합니다. 여기서 프로메테우스란 신화 속 티탄족 신으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다는 이유로 제우스의 형벌..
월급날만 꾹 참고 기다리며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옆자리 동료가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신경 쓰이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는 새벽 두 시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맞나' 싶어집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바로 그 지점, 삶의 허기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단순한 힐링 영화라는 평가가 조금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그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이거든요.한일 원작 비교: 음식이 주인공인가, 감정이 주인공인가일본 원작 리틀 포레스트는 미야시타 다이키 감독이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두 편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원작은 철저하게 미장센(mise-en-scène) 중심의 영화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실존 인물이라서 보게된 영화라 어느정도는 지루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시작되고 5분도 채 안 돼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말더듬증을 가진 왕자가 수만 명의 청중 앞에서 마이크 앞에 서는 장면, 그 침묵이 너무 무거워서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킹스 스피치는 단순한 왕실 드라마가 아닙니다. 자기 안의 두려움과 싸우는 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아카데미 4관왕이 증명한 것: 팩트로 보는 킹스 스피치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킹스 스피치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까지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총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당시 압도적인 기대작이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인셉션, 블랙스완 같은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작품상을 가져간 것이라 더욱 인상적이..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인 영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동화 같은 가족 영화겠지' 하고 가볍게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꽤 오래 그 여운이 남았습니다. 음악이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다시 음악을 부르는 구조로 이야기 전체가 움직이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입니다.줄거리 — 세 사람이 음악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영화는 크게 세 인물의 시선을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년 에반, 첼리스트 라일라, 그리고 록 밴드 보컬 루이스. 이 셋이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초반부터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에반은 음악을 통해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제게는 유난히 인상적이었는데, 어린아이의 순수한 논리이지만 동시에 이 영화 전체를 관..
총 한 번 쏘지 않고도 전쟁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멜 깁슨 감독의 는 2017년 2월 국내 개봉 당시 관람객 평점 9.20, 누적 관객 177,821명을 기록한 139분짜리 전쟁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전쟁 영화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병역거부와 군사재판, 그 신념은 어디서 왔을까데스몬드 도스는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Seventh-day Adventist Church) 신자입니다.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며 십계명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기독교 교파로, 한국에서는 삼육대학교를 설립한 종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