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 순간을 가장 정직하게 포착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야 이게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제라는 한 인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조제의 캐릭터 변화, 유모차 안에서 세상 밖으로영화 초반의 조제는 철저히 고립된 존재입니다. 장애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할머니가 끄는 유모차 안에 몸을 웅크린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는 츠네오에게 칼을 휘두르는데, 이 장면이 단순히 극적인 연출이 아니라는 걸 저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외부..
학창시절 좋아했던 가수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꽤 만족했습니다. 퀸의 열혈 팬으로서 대학 시절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Greatest Hits를 반복 재생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는 저로서는, 그 시절 귀에 박혔던 노래들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고 며칠이 지나자,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았습니다.전기영화가 놓친 것: 프레디 머큐리의 본질전기영화(바이오픽, Biopic)란 실존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인물의 일생을 드라마로 압축하는 형식인데, 이 장르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그 인물이 왜 특별한지를 관객에게 납득시..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영화가 있습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1993년작 피아노입니다. 처음 이 수상 기록을 확인했을 때, 저는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고 나서 그 직감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비언어적 소통, 말 없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하다에이다는 여섯 살 이후 스스로 말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수화와 피아노 연주, 그리고 딸 플로라를 통역자로 삼아 세상과 소통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장애를 가진 인물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침묵 자체가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었거든요.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비언어적 커뮤..
천재가 무너지는 데 필요한 건 적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사랑이면 충분합니다. 1996년 개봉한 영화 은 실존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따라가며, 재능이 어떻게 무기가 되고 상처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제프리 러쉬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음악 영화라고 생각했다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습니다.아버지의 그림자가 만든 천재, 그리고 균열천재가 꼭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건 아니라는 걸 데이빗의 이야기는 아주 명확하게 증명합니다. 데이빗의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그 좌절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투영했습니다. 이 심리를 심층분석형으로 보면, 이른바 '대리 성취 욕구'에 가깝습니다. 대리 성취 욕구란 자신이 이루지 못한 목..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이클 B. 조던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론 샬라메의 연기력을 의심한 건 아니었지만, 마티 슈프림이라는 작품 자체가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실존 인물의 인지도도 높지 않은 영화라는 게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 영화의 흥행은 그냥 운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회의실에서 시작된 파격, 티모시 샬라메의 홍보 전략보통 영화 홍보라고 하면 공식 트레일러(예고편)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트레일러란 영화 개봉 전 핵심 장면을 편집해 배포하는 홍보 영상으로, 관객의 관람 여부를 결정짓는 첫 관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마티 슈프림은 이 공식 트레일러 대신 전혀 다..
대작인 만큼 실망스러운 영화가 많아서 별 기대 안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타이타닉을 봤을 때는 그냥 멜로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실제 비극을 재현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만들어진 작품인지 새삼 감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타이타닉의 침몰 자체가 과연 피할 수 없는 사고였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영화 타이타닉, 제작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침대에 나란히 누워 마지막을 맞이하는 노부부 장면. 저도 처음엔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어낸 극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부부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이었습니다. 당시 뉴욕에서 메이시스 백화점을 운영하던 이사도르 스트라우스와 아내 로잘리아 에이..
